[천자칼럼] 이타심

삼성경제연구소가 얼마 전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생활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소득과 만족도가 비례하지 않더라는 것이다.내 소득에 상관없이 비교대상이 되는 사람의 수입에 따라 만족도가 좌우된다는 얘기였다.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참는다는 속설이 입증된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국립보건원에선 인간은 남을 도울 때 곧 '이타심'을 발휘할 때 본능적으로 기쁨을 느낀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많은 돈을 기부할 때와 제 주머니에 넣어두는 상황을 설정한 다음 뇌의 움직임을 살폈더니 기부를 결심하는 순간 쾌감에 반응하는 뇌의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삶의 기쁨과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분명한 건 소유만으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에서 드러났듯 많이 벌어도 주위의 누군가가 더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한 불행해지기 쉬운 게 사람이다.

만족과 행복은 따라서 소유보다 나눔,이기심보다 이타심에서 비롯된다는 조언은 많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한 생활은 선한 생활과 닮았다.행복의 비밀은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따뜻한 정을 갖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교세라 그룹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 또한 "인간의 마음에 깊고 맑은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건 자신을 물질이 아닌 이타심으로 채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진해시에서 아귀찜 음식점을 해온 김공순 할머니가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평생 모은 재산 1억원을 서울아산병원에 전달했다고 한다.

남을 도울 때 뇌가 기쁨을 느낀다는 걸 보여주는 걸까.

평소 옷 한벌 사입지 않고 억척같이 모은 돈을 덜컥 내놓은 할머니의 사진속 얼굴은 맑고 밝다.

'변신'의 작가 카프카는 인간의 모든 죄와 불행은 초조에서 비롯된다고 썼다.

초조한 것은 불안,불안은 끝없는 욕망과 뭔가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온다.

전재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한 어떤 이는 말했다.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 없어요.내 눈치를 보는 사람도,돈을 안준다고 원망하는 친척도 없으니까요."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