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이상 급락 상하이 증시 객장에 가보니…으악! 상장사 절반이상 하한가

3일새 3개월치 월급 날리기도
3일새 3개월치 월급 날리기도

4일 상하이 중심가 인민광장 옆 선인완궈(申銀萬 國)증권사 객장.시세판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한 중년 여인 투자자는 멍하니 시세판을 응시할 뿐 말이 없다.

중국 정부의 거래세 인상(0.1%→0.3%) 조치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듯했던 주가가 이날 폭락했기 때문이다.

폐장 시간이 다가오면서 객장에는 정적이 흘렀다.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 주말 2.6% 빠진 데 이어 이날 무려 8.26% 밀렸다.

시세판에는 최대 낙폭 10%인 '하한가' 표시가 수두룩했다.

상하이 증시 상장업체의 절반이 넘는 525개 종목이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다.수일째 하한가 행진을 하고 있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당연히 이들 종목에 손을 댔던 일반 투자자들은 심리적 공황에 빠져들고 있다.

객장에서 만난 직장여성 황리리(黃莉莉·29)씨도 그 중 한 명.신혼인 그는 요즘 하루하루를 무거운 중압감 속에서 보내고 있다.그가 주식에 손을 댄 것은 지난달 23일.가전업체인 STTCL을 주당 7.09위안에 8000주 매입했다.

남편과 상의 없이 은행 예금 6만위안(약 720만원)을 인출해 주식을 산 것이다.

황씨의 주식 투자는 성공하는 듯했다.

STTCL은 그가 주식을 산 이튿날,또 그 다음 날에도 상한가를 이어갔다.

그러나 28일 상승세가 주춤하더니 29일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30일부터 6월4일까지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그는 "며칠 사이에 월급의 세 배를 고스란히 잃었다"며 "팔려고 해도 팔 수가 없어 하한가 행진이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황씨가 산 STTCL은 중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130여개의 'ST 주식' 중 하나.

ST는 '특별 처리(Special Treatment)'의 약자. 중국 증권감독위원회가 자금 흐름이나 경영에 문제가 있는 기업을 구별하기 위해 종목 이름 앞에 붙이고 있다.

관리종목인 셈이다.

이 관리종목에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 상승률은 40%를 기록한 반면 'ST지수'는 올초 840선에서 현재 2250으로 무려 170% 폭등했다.

'쓰레기 주식'에 투기자금이 대거 몰린 것이다.

선인완궈증권의 분석가인 루원레이씨는 "ST 주식은 가격이 싸고 상승률도 높아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였었다"며 "이들 주식이 전체적인 조정장세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4일에도 ST 주식은 거의 전부 하한가를 기록했다.

일부 큰손들은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자컨설팅 전문업체인 진위안(金元)증권의 훙이카이 사장은 "거래세 인상 조치 후 주요 투자가들의 매도주문 단위가 커지고 있다"며 "상하이 증시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다시 은행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부분 부동산시장으로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상하이의 아파트 분양가격은 지난주 약 4.5% 올라 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하이 부동산시장에서도 이 같은 자금 흐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움츠렸던 분양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가 하면 일반 아파트 거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상하이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형술 부동산랜드 사장은 "상하이의 경우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며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장 매물이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번 돈으로 고급 아파트를 사고 있다는 얘기다.

상하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주가가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탈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조정 폭이 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루원레이씨는 "이번 거래세 인상 조치가 효력이 없다면 정부의 다음 카드는 자본이득세 도입이 될 것"이라며 "시장도 이제는 정부의 의지에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