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株=1투표권' 깨진다…황금주 등 차등의결권 도입 붐

미국에 비해 경영권 방어 대책에 소극적이었던 유럽연합(EU)이 기존의 입장에서 탈피,황금주(1주만으로도 주요 경영상의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준 특별주식) 등 차등의결권 제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기업 지배구조 관련 보고서에서 "차등의결권 제도가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경영 감시 기능을 무력화한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1주=1투표권'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던 찰리 맥크리비 EU 역내시장담당 집행위원마저 기존 입장을 수정했다.

맥크리비 위원은 "과거엔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정책이 유럽 상장기업들의 경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열린 시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지배구조기구(ECGI)도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지금까지는 불균등한 투표권이 사회적 비용을 높이고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었지만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미국은 일찌감치 1980년대 중반 '엑슨-플로리오법'을 만들어 주요 산업을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보호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S&P500지수에 속한 기업의 대다수(93.6%)가 황금주,포이즌필(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경우 이사회 의결을 통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신주(新株)를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영권 방어장치)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이미 도입했다.

일본도 지난해 신 회사법을 통해 M&A 방어책을 재정비했다.그러나 우리나라 현행 상법은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제 등 선진국 기업이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경영권 방어장치의 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