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엔低‥수출기업 '비명'] "당장 원가분석부터 시작하라"

임백원 시미즈(淸水)건설 국제조달부장(48)은 "현재의 환율 환경에서 한국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철저한 원가분석을 통해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재일교포인 임 부장은 "시미즈처럼 글로벌 소싱을 하는 기업들은 전 세계 납품 기업들의 원가를 분석하고 있다"며 "회사의 이윤을 공개하지 않으면 거래를 트지 않는 게 시미즈의 전통"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도요타가 엔고 시절과 '잃어버린 10년'을 보내면서 세계 1위 자동차 회사가 된 것도 이 같은 원가분석력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임 부장은 한국에서 금속외장재,알루미늄패널,유리, 철제품 등을 수입하고 있는데 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일부 한국업체들이 원가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는 잘못된 관행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임 부장은 "시미즈는 1000원을 깎기위해 1년간 거래업체의 원가를 분석할 정도로 철두철미하다"며 "한국업체들은 지금부터라도 원가분석을 하고 그것을 기초로 거래선과 가격협상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도쿄대 출신의 건축사인 임 부장은 연간 850억엔어치에 달하는 시미즈 건설의 글로벌 소싱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두께 2.5㎜짜리 한국산 알루미늄 패널의 수입가격이 2년 전 ㎡당 8000엔이었으나 지금은 1만1000엔으로 급등했다"며 "건설회사는 건자재를 싸게 구입하는 게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원고를 겪고 있는 한국산 대신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로 수입선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까진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했지만 요즘엔 석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찾는다고.대신 중국과 동남아 출장이 많아졌다고 했다.임 부장은 "일본은 한국보다 임금이 높지 않은 고급 숙련공이 넘쳐난다"며 "한국이 일본을 따라 잡으려면 설비투자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수출입국'을 표방하면서도 환율 변수에 손을 놓고 있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국가 차원에서도 원가분석을 하지 않는 게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