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인의 날] 가락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 경매사 이영신 중앙청과 상무‥껍질만 두드려보아도 산지ㆍ등급 '척척'

이영신 중앙청과 상무(51)는 경매사 출신으로는 드물게 도매법인 임원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선 내로라 하는 농산물 경매의 베테랑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이 상무가 경매사 일을 시작한 것은 1982년 노량진수산청과시장에서다.

25년간 한우물을 판 셈이다.

1998년 가락시장의 중앙청과가 그를 영입했다."1980년대만 해도 경매사는 아주 특이한 직업이었어요.

희소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농산물시장 종사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죠." 인터뷰가 있던 날도 그는 수박 경매를 주관했다.

마치 스님이 염불을 외듯이 전자입찰판에 나오는 가격들을 빠른 속도로 흥얼거리면서 경매장의 흥을 돋웠다.과일 중에 가장 판별하기 어려운 게 수박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수박을 손으로 두드려 완숙도와 당도를 꼭 집어낼 정도가 돼야 베테랑 경매사란 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제 경우에는 껍질을 두드려 나는 소리와 색깔을 보고도 산지와 등급이 그냥 나와요." 경매사란 생산·출하자의 대변인이므로 물건의 가격과 품질을 환하게 꿰고 있어야 제값을 받아줄 수 있다고 이 상무는 강조한다.실력이 경매사의 첫번째 조건이란 얘기다.

과일의 당도와 육질이 좋으려면 일교차가 커야 하므로 산지가 어디냐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더욱이 산지 직거래가 점차 증가하면서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와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판별력과 함께 마케팅 능력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됐다.

"매년 1회 실시하는 경매사 시험을 통과했다고 곧바로 경매사가 되는 건 아니고요,도매시장에서 기록사-보조경매사-경매사로 10년 정도 경력을 쌓아야 제 몫을 할 정도가 되는 겁니다." 청년 실업이 많다 보니 경매사로 도매시장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도제식 견습 과정 중 탈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중견 경매사가 될 때까지 참고 견디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경매사의 애로점은 중도매인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거꾸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후 11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이어지는 경매 절차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상무도 젊을 때는 밤샘 근무 탓에 가정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

임원이 된 지금은 생활 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전 7시에 출근,오후 11시께 퇴근하는 사이클이다.

그러나 낮시간에 그를 찾는 수십명의 고객(생산자 대표)과 일일이 소주잔을 기울이다 보면 저녁 무렵엔 녹초가 된다.

이 때문에 퇴근하기 전에는 반드시 사우나와 운동을 한다.베테랑 경매사의 자기 관리는 남다른 데가 있어 보였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