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이닉스 구리공정 전환' 不可서 허용검토로

반도체, 환경규제 변화기류 감지
하이닉스반도체에 가해지고 있는 환경 규제에 중대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환경을 이유로 유지해 온 '이천공장 증설 불허' 및 '이천공장의 구리공정 전환 불가'라는 초강경 자세가 '이천공장의 구리공정 전환은 허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반도체 업종 특성상 첨단 제품 생산 및 국제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구리공정으로의 전환이 필수라는 하이닉스 측의 호소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습이다.


◆공정 전환 무엇이고,문제는 뭔가

하이닉스 이천공장은 반도체 웨이퍼를 연구·생산하는 4개 라인을 가동 중이다.80나노급과 90나노급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업계가 50나노급 혹은 그 이하의 첨단 제품 양산으로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어 이천공장도 주력 생산품을 50나노급 및 그 이하로 바꿔야 향후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50나노급 이하의 초미세 작업을 위해선 반도체 배선 소재를 알루미늄 대신 전도율이 높은 구리로 바꾸는 공정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하이닉스는 공정 전환이 늦어도 2008년까지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상수원 보호를 위한 초강력 환경법규.이천공장이 위치한 특별대책지역은 환경정책기본법 및 수질환경보전법에 따라 구리 납 비소 등 19종의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는 각종 시설 설치가 원천 금지돼 있다.

현행 법규 아래선 공정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정부 입장 왜 선회했나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가 2단계 기업환경개선대책의 주요 사항 중 하나로 이천공장 공정 전환 문제를 넣은 것은 하이닉스가 갖는 중요성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한국을 지탱하는 양대 축이다.

하이닉스가 이른 시일 내에 50나노급으로 생산품을 교체하지 못한다면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더군다나 하이닉스가 인체 및 생태계에 무해한 수준으로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만큼,이제는 환경 규제를 바꿀 때가 됐다고 환경부를 설득하고 있다.

환경부는 수도권 환경 규제를 선진국처럼 오염물질 총량규제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무조건 금지에서 허용하되 엄격한 기준을 정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간 환경 관련 및 오염물질 처리기술이 발전한 것을 환경 규제에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총량규제로 바꾸려면 데이터 축적 및 연구를 위해서 5~10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이를 단축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중점 검토할 예정이다.

청와대가 하이닉스 문제 점검에 나선 것은 정치적 고려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올초 이천공장 증설에 대한 불허 결정에 이어 주민들과의 협의 없이 특전사 이전 발표가 나오면서 지역 감정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망

환경부 실무자는 "하이닉스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 몇 가지 사항을 들여다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요구사항을 구체화해 협의를 요청하면 머리를 맞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일단 공정은 전환하되 무방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무방류 시스템이란 구리가 포함된 물을 한강 식수원으로 흘려보내지 않는 시스템을 말한다.

하이닉스는 이에 대해 경제적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와 하이닉스 간 협의는 배출 허용 기준치를 어떻게 정하는지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이와 관련,재경부 관계자는 "협의가 빨리 진행된다면 6월 중 발표되는 2단계 기업환경개선대책에 구체적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며 "늦어지더라도 7~8월께에는 윤곽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이태명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