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4ㆍ끝) 美中日 '스타 교수' 부페식 강의 언제든 수강

#1 연세대학교 정치외교과 3학년인 K씨의 '6월달 학기' 시간표는 수업일정으로 빼곡히 차 있다.

평소 존경해오던 미국인과 중국인 교수가 6월달에 각각 영어와 중국어로 진행되는 한 달짜리 '스파르타식 강좌'를 동시에 개설하자 욕심을 부려 두 과목을 모두 신청한 것.두 교수가 낼 수 있는 시간이 한 달뿐이기 때문에 수업은 주 5일 하루에 3시간씩 진행된다.#2 인문학부 2학년생인 L씨는 오전에는 연세대생이지만 오후에는 UC버클리의 학생으로 바뀐다.

예전 같으면 1년 정도 따로 시간을 내 미국으로 강의를 들으러가야 하지만 연세대 내에 '캠퍼스 인 캠퍼스' 형태로 UC버클리 분교가 들어온 후 유학을 떠날 필요가 없어졌다.

2010년 인천 송도에 문을 여는 연세대 송도캠퍼스에 다니는 학생들의 일과다.연세대가 추진하는 송도캠퍼스는 이처럼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 대학과 구분된다.

가장 큰 특징은 학기 구분이 없다는 것.교수진의 상당수를 해외 대학의 교수들로 구성할 예정인데 그들의 일정에 따라 수업 시작일과 종료일이 정해진다.

강의 언어도 다양하다.영어강의가 60~70%.여기에 중국어나 일본어로 진행되는 강좌가 추가된다.

송도 캠퍼스 프로젝트에는 백화점 식으로 학교 내에 외국분교를 유치한다는 전략도 포함돼 있다.

연세대는 이미 미국의 UC버클리와 송도 캠퍼스 내에 '캠퍼스 인 캠퍼스'를 설치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영국의 케임브리지대,캐나다의 토론토대 등의 입점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미국 아이비리그 학교 중 한두 곳과도 유치를 협상 중이다.

연세대 외에도 별도의 국제캠퍼스를 통해 국제화 교육을 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학은 많다.

이화여대는 경기도 파주에 약 30만평 규모로 '파주 글로벌 캠퍼스'를 세울 예정이다.

한국외국어대도 인천 송도 신도시 컨벤션센터에 2만평 규모로 '글로벌 캠퍼스'를 건립할 계획이다.

대학들이 별도의 캠퍼스를 통해 국제화 교육을 시키려는 이유는 기존의 교수진과 직원들로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본교에서도 영어강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교수들의 영어실력이 신통치 않아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한 것.'다언어 환경'을 조성,외국인 유학생을 늘리겠다는 의도도 숨어있다.

물론 이 같은 대학들의 계획이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해외 교수진과 유학생 수를 일정비율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우선 비용이 문제다.

명성이 있는 해외 석학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상당액의 예산과 시설비용 등이 필요한데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보수적인 본교 교수들의 반발도 무마해야 한다.한 대학 관계자는 "한국의 대학에서 공부하면 글로벌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유학생도 많이 유치할 수 있고 글로벌 캠퍼스 프로젝트도 성공할 수 있다"며 "삼성이나 현대 등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