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반도체 '10 나노 벽' 또 깼다

한국 과학자들이 선폭 10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급 실리콘 반도체 메모리 집적기술 개발의 연구 성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는 기존 '실리콘' 소재 반도체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업계와 학계에서는 그동안 10nm급 이하에서는 실리콘 반도체로는 구현이 불가능해 탄소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로 대체될 것이라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이다.구상모 광운대 교수(전자재료학) 연구팀은 11일 미국 국립표준연구원(NIST) 연구진과 공동으로 5㎚ 실리콘 나노선을 전통적인 질화막 전하저장 게이트(ONO)에 결합시킨 하이브리드 구조의 비휘발성 메모리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실리콘 나노선은 개별적으로 성장시켜 합성한 것으로,결정성이 높고 전기적 특성이 뛰어나 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 데이터 유지 기능이 우수하고 온도 변화와 인접 회로에 의한 간섭도 적다고 구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기존 메모리 칩에 사용해온 전자선 리소그래피 같은 고가의 장비를 쓰지 않고도 웨이퍼 위에서 실리콘 나노선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패턴화할 수 있어 초고집적화가 가능하고 제조 단가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영국 물리학회(IOP)가 발행하는 저널 '나노테크놀러지'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최양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팀은 이에 앞서 지난 3월 빔 공법을 이용한 8㎚ 3차원 비휘발성 플래시 메모리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팀은 게이트 절연막과 실리콘 나노선을 3차원적으로 감싸고 있는 형태로 메모리 소자의 개발에 성공했다.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메모리로,디지털카메라의 메모리카드나 USB 메모리스틱 등에 사용되는 플래시 메모리가 대표적이다.구상모 교수는 "실리콘 반도체의 선폭 10nm급 장벽을 깨뜨리는 기술 개발에 따라 테라비트(약 1조비트)급 메모리 용량을 가진 반도체의 등장이 머지않았다"며 "이는 한국이 반도체 집적 공정 기술 개발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