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전기爐서 '210㎜ 슬래브' 생산

세계 2번째...2010년 일관제철소 가동 기술력 미리 확보

당진공장 신규 연주설비 6개월만에 정상가동
현대제철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전기로에서 210mm 두께의 슬래브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210mm 슬래브는 일관제철소의 고로(高爐·용광로)에서 뽑아내는 규격과 동일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210mm 슬래브를 고로가 아닌 전기로에서 생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일찌감치 연주(연속 주조)에서 압연으로 이어지는 일관 제철 조업기술을 확보,2010년 일관제철소 가동시 안정화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됐다.현대제철은 11일 충남 당진의 A열연공장에서 신규 연주 설비를 준공하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기로 제강 방식을 통해 210mm 두께의 자동차강판 소재용 슬래브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슬래브는 고로나 전기로에서 생산된 쇳물로 만든 두꺼운 철판으로 열연강판 및 후판의 소재로 사용되는 철강 반제품이다.

고로업체에선 통상 두께 200~250mm 슬래브를 생산,열연강판을 만드는 게 보편화돼 있다.고철(스크랩)을 녹여 강판을 만드는 전기로 제철회사인 현대제철은 기존 55mm 두께의 얇은 슬래브만을 만들어 왔다.

고철로 만드는 쇳물은 불순물 함유량이 높아 두꺼운 슬래브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은 세계 각지에서 두께 200~250mm짜리 슬래브를 연간 200만t씩 공급받아 왔다.현대제철은 50여년 동안 축적된 전기로 제강 기술을 적용,이 같은 제약을 극복하고 6개월 만에 210mm 두께의 슬래브를 자체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210mm 슬래브 생산에는 당진의 A열연공장에서 한보철강이 사용할 예정이던 연주기가 활용됐다.

2010년 고로 건설을 앞두고 있는 현대제철은 쇳물에서부터 최종 제품인 열연강판까지 생산하는 일관제철 공정을 안정화하는 데 210mm 슬래브를 활용할 계획이다.

일관제철소에서 만들어지는 열연강판의 생산 공정과 품질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열연공장에서 연간 100만t씩 다양한 강종의 210mm 슬래브를 생산해 B열연공장에서 열연강판으로 만들어 낼 예정이다. 기존 B열연공장 가동을 위해 구매해 온 슬래브 200만t과 A열연공장의 신규 연주 설비에서 자체 생산하는 슬래브 100만t을 합하면 총 300만t의 슬래브를 B열연공장에 공급하게 된다. 열연강판 생산량도 총 300만t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기로 회사인 일본 동경제철은 자체 생산한 210mm 슬래브를 도요타자동차의 내판재로 납품할 정도로 품질 수준을 높였다"며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현대기아차 연구 인력들이 함께 일하는 철강연구소와 손잡고 고로 가동 전에 미리 기술력을 확보해 일관제철소 가동의 안정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겠다"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