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중국ㆍ중동 자본 몰려온다 ‥ 국제자유도시 개발 가속…외국투자자 북적

지난 8일 대만 타이베이 시내 중심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난징대로변에 위치한 웨스틴타이베이호텔.장마철을 맞아 새벽부터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호텔 지하 1층 '뱀부(Bamboo)룸'에서 열린 '제주투자설명회'에는 40여명의 대만 투자자와 10개 현지 언론사에서 온 취재인원들로 꽉 찼다.

린주쏭(林竹松) 대만문화경제발전협회 회장(대만공업구개발공사 대표) 등 대만 유력 기업인들도 상당수 자리를 함께 했다.행사를 주관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김경택 이사장의 인사말을 이어받아 단상에 오른 사람은 하워드 아우 홍콩 GIL(글로벌뷰 인베스트먼트)회장.제주 신화역사공원 H지구 사업주간사를 맡은 GIL을 이끄는 그는 "우리는 올 하반기에 제주개발 사업에 착수한다.

대만 기업인들도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며 투자를 독려했다.

제주도를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이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기 위한 제주도 내 대규모 외자유치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지난 3~4년에 걸쳐 진행된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사업'의 사업 인허가,지역주민 설득,사업부지 매수 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외국 투자자들의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위한 6대 핵심사업 중 최대 규모인 신화역사공원 H지구 사업은 이르면 2~3개월 이내에 공사가 시작된다.H지구 사업은 총 3억3000만달러를 투입해 신화역사공원(124만평) 내 20여만평을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한 세계음식문화단지로 만드는 것이다.

GIL의 아우 회장은 "최근 50여명으로 구성된 H지구 설계팀과 7명의 '제주디벨로프먼트팀'을 중국 베이징과 대만 타이베이에 각각 설치했다"고 말했다.

신화역사공원 내 60여만평에 영화 스튜디오형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A지구 사업도 외자유치를 통한 사업추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김경택 이사장은 "8억8000만달러가 투입되는 A지구 사업을 위해 미국 GHL과 공동으로 합작회사를 오는 8월께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동 자본도 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명해온 카타르 정부 투자사절단 실무진이 10,11일 이틀간 제주도를 방문한 데 이어 오는 23일 카타르 장관급 고위 인사들이 제주도를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사업들의 부지조성 착공도 이어진다.

토지매입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간 휴양형 주거단지와서귀포 관광미항 사업은 오는 9월 공사에 들어간다.

특히 IT(정보기술) 및 BT(바이오기술) 업체들의 관심대상인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는 내달 산업시설용지 13만평에 대한 첫 분양에 나선다.

이같이 외자유치와 함께 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최대 문제점이었던 토지수용과 사업인허가가 거의 완료되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제주시는 분석했다.

물론 걸림돌도 적지않다.

제주특별법을 통해 정부가 일부 인허가권을 제주도에 넘기긴 했지만 해외 교육법인의 과실송금 불허 등 핵심사안에 대한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의 재정자립도가 20%대여서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자체 사업추진이 여의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대만의 해외 부동산투자회사인 EAR부동산의 황펑시 대표이사는 "해외 부동산개발 투자 때 가장 먼저 우수인력 수급이 원활한지를 따진다"며 "국제학교 대학 병원 등의 고급 인프라시설도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이베이(대만)=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