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이 달라지고 있다] (3) 쌍용차 노조의 선택

'노조의 생산라인 전환배치 수용→공장가동률 58%에서 74%로 향상→1분기 흑자전환→노조위원장의 무파업 선언.'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반년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쌍용자동차에 일어난 변화다.노조의 현명한 선택 덕에 죽어가던 회사가 살아난 극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

최근 1년간 쌍용차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옥쇄파업→공장가동률 급락→판매 급감→적자전환→임금 동결→구조조정'의 악순환으로 생존조차 어려워보였지만,명분 없는 투쟁보다는 실리를 챙기자는 목소리가 노조 내에서 힘을 얻으면서 상황은 180도 변했다.

◆'회사부터 살리자'… 전환배치 전격 수용

쌍용차 평택공장 근로자 K씨는 작년까지 로디우스와 체어맨 조립 라인에서 일했지만 올해 초부터 카이런 생산라인으로 옮겼다.그는 "작년엔 넘쳐나는 재고 때문에 일감이 없어 근무 시간을 교육으로 때울 때가 많았다"며 "새 라인에 투입되면서 부담도 있었지만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모두들 열심히 일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쌍용차 노조의 극적인 변화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회사 측이 생산라인 조정과 전환배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생산물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근로자들의 라인 배치를 조정하는 전환배치제는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노조들은 노동 강도 심화 등을 내세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백인석 쌍용차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전환배치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노조가 동의하고 따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결단으로 쌍용차는 체어맨과 로디우스를 만드는 평택공장 4라인의 인력을 30%가량 줄이는 대신,인기 차종을 조립하는 3라인(카이런 액티언스포츠) 근로자를 늘려 판매량을 늘릴 수 있었다.


◆실적도 턴어라운드

노사 협력에 따른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올 1분기에 92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분기에 순이익을 낸 것은 작년 2분기 이후 3분기 만이다.

1분기 매출액(8338억원)도 전년 동기보다 14.3% 늘었다.

판매량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쌍용차는 올 들어 5월까지 국내외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3% 늘어난 5만8319대를 팔았다.

파업의 영향을 받았던 작년 3분기 58%에 불과했던 공장가동률도 전환배치가 이뤄진 올 1분기에는 74%로 높아졌다.

판매가격 대비 생산원가는 지난해 평균 84%에서 올 1분기 79%로 낮아졌다.

작년 8월 3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액면가 5000원)도 올 들어 실적 개선 훈풍을 타고 7000원을 돌파한 상태다.

메리츠증권은 "내수판매와 수출 증가로 고정비용이 줄고 재료비 및 노무비 감소로 원가부담도 낮아져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노조위원장 '무파업' 선언

상생협력에 의한 실적호전은 노사 간 신뢰를 키우며 노사관계를 급속도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노조위원장의 무파업 선언과 노조원들의 자발적인 대규모 판매촉진 캠페인 전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지난 4월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서울모터쇼에 참석,"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가 투자와 고용에 대한 약속을 지켜 나간다면 노조는 무파업 교섭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4일과 11일에는 노조원인 기능직 사원 750여명이 각각 6시간씩 평택과 송탄 시내를 돌며 판매 캠페인을 벌였다.

쌍용차 관계자는 "노조가 지난해 과격 투쟁으로 얻어낸 것은 423명의 희망퇴직과 임금 동결뿐"이라며 "대규모 적자로 공장 폐쇄의 위험에 직면하자 노조원들이 투쟁보다는 대화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쌍용차는 지난해 196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건호/유승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