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인 I♥KOREA] '한국은 기회의 땅' 알리려 몽골 친구들과 유학서 펴냈죠

< KAIST 석사과정 몽골인 유학생 체웨그메드 >

지난달 초 찾은 KBS 2TV의 인기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 녹화 현장.요즘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어 한창 '몸값'이 올라가고 있는 외국인 사오리 장(일본)과 에바 포비엘(영국)이 뒷줄에 앉아 있었다.맨 앞줄을 차지한 이날의 주인공은 몽골 출신 유학생인 체웨그메드(26·여)였다.

대학 졸업을 기념해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체웨그메드는 오전 8시 녹화 시간에 맞춰 칼같이 방송국에 나타났다.

그는 "막걸리,소주…,뭘 마셨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수다'를 쏟아냈다.그렇다고 체웨그메드를 '노는 학생'으로 보면 오해다.

그는 인하대학교 경상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친구로부터 토크쇼에 나갈 외국인을 선발한다는 얘기를 듣고 우연히 지원했다가 뽑혔어요." 그는 운좋게 방송 기회를 잡았으나 6월부터 방송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KAIST 대학원에 입학한 후 공부해야 할 학습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체웨그메드는 한진그룹이 운영하는 '21세기 한국연구재단' 덕분에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됐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이 1996년 오체르바트 몽골 대통령과 만난 후 재단은 매년 몽골의 젊은 학생 5명을 뽑아 한국 대학 등록금과 매달 생활비(4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그도 몽골국립대 1학년 재학 중 어려운 관문을 뚫고 유학생으로 선발됐다.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2년 인하대에 입학했다.

"종교는 없지만 하늘의 부름 같았어요.

한국과 저는 인연이 깊은 것 같아요.

공부할 기회와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 준 한국은 소중한 존재죠." 체웨그메드는 한국에 유학오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까지 21세기 한국 연구재단 지원으로 한국에 온 몽골 유학생은 50여명에 달한다.

체웨그메드는 이들 유학생과 함께 연초 '한국으로 유학오세요'라는 책자를 펴냈다.

이들은 몽골을 직접 방문해 한국 유학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고국의 후배들에게 책 500권을 전달했다.

'한국으로 유학오세요'는 대학과 전공 소개는 물론 유학 준비부터 입학까지 다양한 정보로 채워져 있어 한국에 관심있는 몽골 학생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체웨그메드는 "전공 선택을 문의하는 후배가 있으면 무조건 이공계로 가라고 조언한다"며 "앞으로 한국에선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등 이공계가 뜰 것"이라고 자신있게 전망했다.

5년간의 유학 생활은 한국 여성을 보는 체웨그메드의 인식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국에 오기 전까진 한국 드라마를 보고 순종적인 여성이 대부분인 줄 알았으나 직접 살아보니 한국 여성들은 당차고 생활력이 뛰어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의 목표 역시 한국에서 직장을 잡아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 되는 것이다.

요즘 체웨그메드는 한국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사회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현재 홀트아동복지센터에서 입양아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기말 시험이 끝나면 다음 달 초 몽골로 가 봉사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그는 "선진국일수록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데,최근 한국에서 학생 및 일반인들의 봉사활동이 늘어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몽골 유학생 중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뒤 먼저 한국 사회에 진출한 동료들도 있다. '한국으로 유학오세요'를 함께 펴낸 바트자르갈씨(27)는 항공대를 졸업한 후 신한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몽골 과학기술대학교에 책자를 비치하자 순식간에 사라졌다"며 "국내에서 인기가 많아 개정판을 내 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바트자르갈은 "한국 기업 중에서 몽골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진출하려는 회사가 많다"며 "이런 회사를 공략하는 게 좋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열심히 하면 외국인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며 "한국인은 열성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좋게 평가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몽골사람은 한국인과 외모가 비슷해 한 달만 있어도 외국에 있는 줄 모를 정도"라고 말하는 바트자르갈은 이미 '한국인'이 다된 듯했다.

그는 "몽골인은 유목 성향이 남아있어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을 '능력있다'고 보는데,한국에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들 유학생은 명절이나 친구 생일이 되면 함께 모여 몽골도 한국처럼 빨리 경제 성장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인하대 정보통신공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바야르자르갈(23)은 "한국은 큰 나라는 아니지만 배울 게 너무 많은 나라"라고 높게 평가했다.

글=성선화 기자/사진=양윤모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