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은행채 발행증가 놓고 한은.시중銀 대립 표면화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 증가 문제를 놓고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의 '대립'이 표면화되고 있다.

한은은 은행들이 대출 경쟁을 위해 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리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시중은행들은 증권사로 결제성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CD와 은행채 발행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15일 한국은행이 주최한 금융협의회에서 은행장들은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될 경우 은행의 결제성 자금이 증권사로 더욱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며 "재원 조달을 CD나 은행채에 의존하는 것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한은과 금융감독당국이 한목소리로 은행권의 CD와 은행채 발행 확대를 통한 외형경쟁을 '비난'한 것에 대해 은행장들이 "어쩔 수 없다"며 '항변'한 셈이다.

일부 은행장들은 "지난 수년간은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해 은행의 대출 여력이 늘었지만 내년부터 '바젤2협약'이 시행되면 위험자산에 대한 자기자본 부담이 증가해 대출 여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이에 대해 이성태 한은 총재는 "시장수급 여건에 민감한 CD와 은행채의 비중이 높아지면 은행의 자금관리가 어려워지고 관리비용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CD와 은행채 발행은 지준율 인상 여파로 연말연초에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잠시 주춤해졌으나 중기 대출 급증과 함께 5월 이후 다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편 은행장들은 "최근 거시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기업들의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등 금융 현장에서 경기회복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급증하는 중기 대출이 생산활동이 아닌 부동산 쪽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강정원 국민은행장,박해춘 우리은행장,신상훈 신한은행장,김종열 하나은행장,웨커 외환은행장,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앙천식 수출입은행장,정용근 농협 신용대표이사,장병구 수협 신용대표이사,김종배 산업은행 부총재가 참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