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대학 '내신 싸움'에 수험생 혼란

주요 사립대학이 2008학년도 대입 정시에서 내신 1~4등급자를 만점 처리하는 방안 등 내신 영향력을 줄이는 전형안을 발표하자 정부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학 지원 예산을 내신 반영 여부와 연계하겠다는 메가톤급 대책을 내놓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입에서의 영향력을 기준으로 한 실질 반영률을 50% 수준으로 높이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했다.주요 대학들은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면 올해 초 발표한 입시안을 대폭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내신 수능 논술 등의 기본 점수 체계를 완전히 뒤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혼란이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실질 내신 반영비율 50% 지켜라


교육인적자원부는 15일 최근 불거진 대학들의 '내신 무력화 시도' 파문과 관련,"원칙적으로 이미 발표된 내신과 수능 등 전형요소별 반영 비율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비율과 일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규태 교육부 대학학무과장은 "지금까지 대학은 사전에 전형요소별 반영 비율을 발표하고도 전형요소별로 기본 점수 및 반영 방법을 별도로 정해 명목과 실질반영률의 논란을 야기했다"며 "특히 학생부만 기본 점수 및 반영 방법을 상세히 공개하고 논술 수능 등 타 전형요소 반영 방법은 공개하지 않아 혼란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그는 이어 "대입에 반영되는 내신점수에 기본 점수를 주려면 수능 논술 등 다른 전형요소에도 기본 점수를 높게 줘 내신이 실질적으로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를 50% 수준으로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입 5개월 남기고 입시안 바뀌나


재정이 튼튼한 사립대학이라고 해도 전 정부 부처가 예산 지원을 중단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이 때문에 연초에 공개된 주요 대학들의 입시안이 대폭 변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신 1~2등급에 해당하는 수험생을 만점 처리하기로 한 서울대,총점 1000점 중 500점을 내신 점수로 하되 점수 격차를 491~500점으로 미미하게 잡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2008학년도 전형방식은 모두 '가이드라인 위반'이다.

대학들은 정부의 지침에 대해 집단으로 반발하는 분위기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자금은 고려대가 댈 테니 아예 교육부에서 학생을 뽑으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대학입시의 자율성을 아예 다 빼앗는,외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조치"라며 "특히 대입과 상관없는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 예산을 볼모로 학생을 뽑는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애들 싸움에 엄마가 나서는 것과 같은 부적절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성재호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1,2학년 때 내신을 소홀히 했다가 3학년 때 열심히 한 애들도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며 교육부의 '내신 지상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대학들도 내신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전형과 수능을 집중적으로 반영하는 전형 등을 골고루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죽음의 트라이앵글' 강화될 것


정부의 지침에 대한 대학의 예상 대응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수시에서 수능 100%를 반영하는 전형을 신설,선발 인원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높다.

정시의 경우 수험생의 수능성적 최저점이 높아질수록 내신의 영향력 기준 실질반영비율이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응시자의 최저 수능 등급을 높게 지정하는 편법이 동원될 것으로 전망된다.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대학들은 일단 교육부의 방침을 따르겠지만 수시나 정시에서 수능을 강화하는 특별전형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높다"며 "내신 수능 논술을 모두 잘 해야 대입이 가능한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다시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형석/이태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