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총수의 숨가픈 '정글싸움'...'하얀거탑'의 저자 야마사키 도요코씨 '화려한 일족' 출간

일본 작가 야마사키 도요코(83)의 기업소설 '화려한 일족'(전4권,청조사)이 새로 출간됐다.

야마사키는 '불모지대''대지의 아들' 등 화제작을 잇달아 히트시킨 베스트셀러 작가.이 소설은 9년 전 '돌풍지대'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됐지만 올해 초 야마사키 원작의 '하얀 거탑'이 한국에서 드라마로 성공을 거두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초판의 오·탈자를 바로잡고 문장도 전부 다듬었다.

이야기는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의 대표적인 재벌 한싱그룹 총수 만표 다이스케와 그의 아들 만표 뎃페이의 갈등을 줄기로 전개된다.다이스케는 은행 합병의 소용돌이에서 자신의 한싱은행을 키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지만 뎃페이는 철강산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뎃페이가 자신의 아버지와 아내의 불륜으로 태어났다고 믿는 다이스케는 아들과 갈등의 세월을 보내다 급기야 한싱철강의 도산을 미끼로 이곳에 자금을 대던 다이도은행과 합병을 성공시킨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무서울 만큼 냉정하고 대범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책을 읽는 내내 인간적인 뎃페이의 성공을 기원하게 되지만 작가는 경영인으로서의 승리를 아버지 다이스케의 손에 쥐어준다.

나중에는 승리자로 보이는 다이스케마저 또다른 강자의 먹이일 수밖에 없는 것도 보여준다.

은행 간의 통폐합,리스크를 감수하는 기업가의 고충 등 우리의 경제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다.특히 결혼으로 성사되는 재벌가의 규합은 한국에 그대로 옮겨놓아도 낯설지 않다.

'화려한 일족'은 올해 초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불륜과 출생의 비밀 등 대중적 인기를 위한 덕목(?)을 고루 갖춘 데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밀도있게 묘사한 원작의 탄탄함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