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 김대희 에이로직스 사장 "에너지사업 본격화"

변호사 출신으로 코스닥 기업을 인수해 화제가 됐던 김대희 에이로직스 사장은 20일 "반도체 설계회사로 알려진 에이로직스를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대륙의 경영총괄 대표 변호사를 겸임하고 있는 김 사장은 지난 4월 초 DVR(디지털비디오레코더)용 반도체칩 설계업체인 에이로직스를 개인 자금 130억원에 인수한 후 이달 4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됐다. 그는 "과거 오랫동안 유틸리티 산업 분야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에너지 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해왔다"며 "나름대로 쌓은 식견과 네트워크로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고 싶어 에이로직스를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한국전력 고문변호사,수자원공사 투자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과거 산업자원부가 진행한 유틸리티 민영화 플랜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김 사장은 "에너지 사업 본격 추진을 위한 1단계로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는 집단에너지사업(CES) 진출을 서두를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민간 사업체인 대전열병합발전을 최근 150억원에 인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경기 및 충남 지역의 집단에너지사업자 지분도 취득할 예정이며 수도권 신도시의 집단에너지사업자 허가 신청을 낼 방침"이라면서 "연내 지역 열병합발전 분야 메이저 업체로 자리잡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2단계 목표는 향후 유틸리티의 민영화 과정에서 인수 업체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틸리티 분야 공기업 민영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도 이르면 3년 안에 진행될 것"이라며 "3년간 집단에너지 사업으로 역량을 키운 뒤 지역난방공사나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등의 민영화에 인수 주체로 적극 참여할 방침"이라는 포부를 피력했다.김 사장은 "문제는 돈인데 이 또한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최근 49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한 영국계 대규모 에너지펀드들이 본격적인 투자를 고려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이나 재무적투자자 가운데도 관심을 보이는 곳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미 코스모그룹이 자본 제휴사로 참여해 있다.

김 사장은 "궁극적으로 해외 에너지개발 사업에도 나서 글로벌 종합 에너지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첫 번째 사업으로 최근 캄보디아 육상 광구 개발사업에 세계적인 업체들과 공동으로 참여키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증시에서 해외 유전개발 사업이 붐이지만 이 사업에 뛰어드는 국내 기업 대부분이 리스크가 큰 탐사광구 사업에만 올인하는 게 최대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둑으로 따지면 프로 9단에 해당하는 글로벌 에너지기업도 성공 확률이 낮은데 아마 1단에도 못 미치는 국내 기업이 성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자금의 일부는 탐사광구에 투입하고,나머지 대부분의 자금은 리스크가 낮고 연 6∼10%가량의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는 생산광구에 투입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올해 집단에너지 사업에서만 수주 잔액 기준 1000억원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3년 만에 다시 흑자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반도체설계 분야는 안정적인 이익이 나는 만큼 꾸준히 캐시카우로서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