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MBA시대] 오원석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반도체학과 성공경험 살려 연ㆍ고대 벽 넘을것"

성균관대학교는 국내 대학들의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재단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힘으로 의과대학의 입학 경쟁은 서울의대에 버금가는 수준이 되었고 반도체학과 입학 경쟁률은 서울공대를 뺨칠 정도다. 성대는 과거 후기였을 시절,연·고대 못지않은 경쟁력을 자랑했었지만 전기전환 등에서 전략적 실책을 하면서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가 삼성이 주인으로 등장한 이후 대학 혁신의 모범사례로 탈바꿈했다.

1997년 성대가 국내 대학 중에서 가장 먼저 교육부 인가를 받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만든 것도 역시 삼성이라는 든든한 보루가 있었기 때문이다.(1년 먼저 생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MBA는 과학기술부 인가 케이스임)

성대 MBA는 2004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MBA와 제휴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현재 성대는 글로벌경영을 익히는 MIT제휴 코스(성대 슬로안)와 아시아권 경영에 특화된 학습을 하는 아시아MBA 두 개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올 2월 취임한 오원석 경영전문대학원장(56)을 19일 서울 명륜캠퍼스 경영관 3층 원장실에서 만났다.

-성균관대가 경영학을 필두로 사회계열에서도 혁신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있다고 들었습니다.

"1995년 삼성 재단이 들어왔을 당시 대학 상황이 참담했습니다. 한때 쟁쟁했던 약학대학이 국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을 정도였습니다. 예전 후기모집시절 연·고대와 겨뤘던 입학생 수준이 서울시내 대학 평균 이하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11년의 각고 끝에 의과대학과 반도체학과를 견인차로 해서 수원 캠퍼스(의대 및 이공계)가 국내 톱 수준의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인문·사회계열 차례죠. 우리는 SKY(서울대 고대 연대) 벽을 넘는 전위로 '경영'을 선택했습니다."-삼성전자의 성공 전략과 흡사하게 들립니다. 과거 삼성은 소니 등과 경쟁이 안되는 아날로그를 버리고 디지털에 먼저 뛰어들어 일본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죠. 성균관대도 학부를 뛰어넘어 MBA에서 승부를 걸어 SKY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라고 봐야겠지요.

"반은 맞고,반은 틀립니다. 경영분야가 대학 개혁의 촉진제가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산업계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수용도가 높기 때문이죠. 하지만 MBA가 경영학부의 개혁까지 보장한다고 보진 않습니다. 학부 개혁을 위해서 다른 특단의 조치를 준비 중입니다."

-구체적인 전략을 들려 주시죠."쉽게 말하면 '학부 MBA'라는 카드로 승부하려고 합니다.

100% 영어로 강의하는 국제학부의 토대 위에 미국식 MBA를 더한 것입니다.

새로운 학과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영학과 안에 일종의 '트랙'과정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처음엔 100명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이런 방식을 경영학과 전체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학생들은 어떻게 선발합니까.

"수시 전형에서 70%,정시 전형에서 30%를 선발할 계획입니다.

수시는 수학능력 시험을 안 본 상태지만,수능 상위 1%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 중입니다.

주요 타깃은 외고 등 특목고 학생들입니다."

-입학생들이 받는 구체적인 혜택은 뭡니까.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와튼 비즈니스 스쿨'의 커리큘럼을 토대로 현재 구체적인 교과과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이번 방학 중에 확정할 생각입니다.

이 과정을 마치면 굳이 MBA 스쿨에 갈 필요없이 곧바로 미국의 월가로 진출할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인문계의 '휴대폰 학과'로 이해할 수 있습니까.

"맞습니다.

내년 1학기부터 얼마나 우수한 학생들이 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연·고대 경영학과의 중간 수준에 있는 학생들이 와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MBA를 여러 대학이 경쟁적으로 시작했는데 과거 최고경영자 과정처럼 학생은 '인맥만들기' 수준에 그치고 대학은 변형된 기여입학제 비슷하게 '돈줄'로 이용하는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만.

"부인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20개의 MBA가 있습니다. 앞으로 국제 수준으로 커나갈 곳은 몇 곳에 불과할 것입니다. 우리 기업이나 대학의 수준이나 수요 등을 종합해 볼 때 나머지는 장기적으로 대학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없지않습니다.

이미 아무리 모집광고를 내도 학생들이 외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몇 년 안에 MBA 차별화가 될 것입니다. 이런 옥석을 가리는 과정은 불가피하고요."

-아직 기업들이 국내 MBA 출신들에 대해 확신을 못하기 때문 아닐까요?

"요컨대 기업들에 졸업생의 품질과 성과로서 보여줘야 합니다. 또 기업들도 우수인재에 언제라도 문호를 개방하는 열린 인사정책을 빨리 정착시켜줘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너무 학부 전공 중심의 채용관행에 젖어있어요. 아직 국내는 직급이 높고 낮고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연봉을 책정하고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는 '잡 마켓'이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MBA 커리큘럼을 아무리 MIT의 글로벌 프로그램에 맞춰놓아도 공부하고 생활하는 분위기가 글로벌화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해외유학을 가는 목적이 꼭 커리큘럼만은 아니거든요. 국내 MBA가 '글로벌 감각'을 길러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습니까?

"참 어려운 숙제입니다. 우선 외국인 학생들에게 장학금 절반을 보조해 주고 있어요. 글로벌 MBA의 경우 해외에서 몇 백 대 1의 경쟁을 뚫은 인재들이 모입니다. 글로벌 MBA나 아시아MBA에 옵니다. 이처럼 얼마나 우수한 외국인들이 많이 오느냐가 한국MBA의 장래를 가늠하는 척도죠.

그 다음은 최근에 출범시킨 아시아 MBA의 커리큘럼도 글로벌 감각을 키우는 데 초점이 모아져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6개 대학 MBA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교과목을 가르치고 학점을 줍니다. 1주년에 두 번 캠프를 열고요. 아시아 시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지요."

-경영학의 범주가 넓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노사관계, 환경경영,윤리경영 등 기존의 경영학으론 체계적으로 다루기 힘들다는 얘기들입니다."요즈음 아시아 경제가 뜨면서 아시아적 윤리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홍콩중문대학의 MBA 는'논어'를 접목시켜 특화시켰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학생들도 다른 과목들은 다 잊어도 '논어'만큼은 잊지 못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홍콩을 벤치마킹했습니다.2008학년도부터 '유교와 경영'이라는 과목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성대의 뿌리와 전통과도 딱 들어맞고요."

대담=이동우 부국장/정리=성선화 기자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