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정부산하기관 방만경영 고질병인가

감사원은 2006년 4월부터 2개월간 95개 정부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경영혁신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숱한 위법부당사례를 적발했다고 어제 밝혔다.

현 정부가 출범 이후 그토록 강조했던 혁신이 이뤄지기는커녕 임금의 편법 인상,변칙적인 수당 지급,불필요한 인력 유지,비자금 조성 등 온갖 폐습이 남아있었다는 것은 실망스럽고 한심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정부산하기관의 낮은 경영효율과 책임의식 부재(不在)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감사 내용을 보면 그래도 너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한지적공사는 일부 업무의 민간 이전으로 일감이 감소했는데도 지사수를 줄이지 않아 전체 지사의 52.6%가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1억8000여만원의 비자금을 마련한 뒤 노조 집행부에 향응을 제공했는가 하면 에너지관리공단은 2005년도 예산 편성과정에서 인건비를 3% 올리겠다고 한 뒤 노조와 12.4% 인상에 슬그머니 합의했을 정도다.무엇보다도 국민의 부담으로 운영되는 정부산하기관이 비리의 복마전이자 비능률의 결정판이라는 오명(汚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최고경영자들의 책임이 크다.

이들은 대부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정부 고위관료나 정치권 인사 출신이다.

임기 중 별 탈없이 지내기만 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노조 등 내부세력과 결탁, 방만경영의 해악을 더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이에 못지 않게 소관 정부 부처의 잘못도 적지않다.

공무원을 그만둔 뒤 갈 곳이라는 인식에서인지 사소한 비리가 있더라도 눈감거나 덮어주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정부산하기관은 경영실적이 부진하다 해도 민간기업과는 달리 퇴출(退出)되는 일은 없다.문제는 경영합리화를 외면할수록 부실경영에 따른 손실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엄격한 관리감독은 필수적이다.

정부는 인력 예산 계약 복리후생 등 비리 소지가 많은 분야를 상대로 명확한 경영지침과 목표를 제시하고 사후 성과를 철저히 점검,응분의 조치를 내려야 할 것이다.이제부터라도 해당 분야의 지식과 경험,리더십을 갖춘 전문가를 최고경영자로 임명해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타당성 검증을 거쳐 민영화 작업을 재개(再開)해야 함도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