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자 20% "영원히 빚 못갚을 수도"

가계대출자의 절반가량(47%)이 "빚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있으며,이 가운데 40% 정도(가계대출자의 20%)는 "지금 상태로는 영원히 빚을 갚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일 전국의 1786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계대출자의 47%가 "대출이 과도해 현재와 미래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응답했다.반면 가계 빚 규모가 적절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33%,자신의 능력에 비해 적은 대출금을 쓰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0%에 불과했다.

가계대출을 상환할 수 있느냐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0%가 "지금대로라면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정상적인 소득으로는 빚을 도저히 갚을 수 없어 담보물을 매각해야 한다는 뜻이다.특히 연소득 3000만원 미만의 중·저소득층에서 "대출금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한 비율이 30.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담보물 가치가 떨어질 경우 이들에 대한 가계대출부터 빠른 속도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이미 경제적 취약계층에서 가계대출 부실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인 경우 해당 부동산 가액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8.8%였다.부동산담보대출을 받아 5억원 짜리 집을 사서 보유하고 있다면 이 가운데 1억5000만원 정도는 빚인 셈이다.

가계대출자들은 월 수입액의 평균 14.5%를 이자를 갚는 데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1%)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가계의 이자부담이 과도해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최근에는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대출이 부실해지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연구원은 지적했다.

연구원이 실제로 "이자율이 지금보다 2%포인트 오른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응답자의 14.5%가 "부동산을 매각하겠다"고 대답했다.

상당수 가계대출자들이 한계 상황에 근접해 있다는 얘기다.

금리상승이 이들의 부동산 매각을 초래하고,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담보가치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우려됐다.

금융상품을 매각하겠다는 응답은 18.1%,생활비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53.2%였다.

연구원은 "대출부담으로 인해 가장 먼저 희생하는 항목으로 전 계층이 고르게 레저·문화생활(35.4%)과 노후대비(27.3%)를 꼽았다"며 "이는 가계의 과도한 대출로 인해 삶이 위협받고 있다는 뜻"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담보대출 용도로는 거주 또는 사업목적의 부동산구매(68.6%)와 양도차익을 거두기 위한 부동산투자(10.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신용대출의 경우 생활비(36.5%)가 주 사용처였다.

저소득층의 경우 병원비 등 긴급자금(18.3%)과 사업자금(16.6%),교육비(15.4%) 등으로 신용대출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주량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대출 부실을 방지하고 소비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기활성화를 통해 소득을 증대시켜 부채상환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이 위원은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을 점진적으로 안정시키고,서민금융을 활성화하는 것 외에 기존 가계대출 만기를 장기화하고,금융회사에 대한 위험감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통화정책에서도 급격한 금리인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