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맏이의 IQ

자식을 키워본 부모는 안다.

형제가 얼마나 다른지.성격과 태도는 물론 식성까지 딴판인데 놀라기 일쑤다.TV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민호와 윤호도 그렇다.

둘은 쌍둥이지만 닮은 데라곤 없다.

몇 분 먼저 태어난 형 민호는 전교 1등 모범생,동생 윤호는 부모 몰래 오토바이를 타는 말썽쟁이다.착실하지만 소심한 형과 멋대로지만 대범한 아우가 대비되는 수는 흔하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아들러(A Adler,1870∼1937)는 이런 현상을 순위별 생존방식 차이로 설명했다.

맏이는 동생의 탄생으로 잃어버린 부모의 사랑을 되찾으려다 보니 타인의 기대에 순응하고 책임도 잘 감당하게 된다는 것이다.반면 둘째나 셋째는 맏이의 장점을 능가하기 위해 경쟁적이고 모험적이기쉽다고 분석했다.

맏이는 지배적 보수적이고,둘째나 셋째는 사교적 진취적이라는 말이다.

맏이는 남을 잘 웃기지 못한다고도 한다.영국 허트포드셔대학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가 알아봤더니 맏이는 진지한 성격 탓에 유머감각에서 동생들보다 뒤지더라는 보고다.

성격뿐만 아니라 지능지수(IQ)도 형제 순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소식이다.

장남의 IQ가 동생보다 높은 수가 많은데 이 또한 후천적인 것이라는 얘기다.

부모의 사랑과 기대 덕에 어휘력과 추론력이 좋아지고 동생을 가르치는 동안 지적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

동생이라도 사정상 맏이 노릇을 하다 보면 주어진 책무를 감당하기 위해 머리도 좋아진다는 내용이다.

능력과 성격 모두 상당부분 노력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환경과 교육의 중요성을 전하는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엔 여전히 드러난 조건만으로 사람의 가능성을 규정지으려는 이들이 많다.

미국의 뉴스채널 CNN이 분석한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은 목표지향적이며 성취욕이 높고 실패해도 나무라지 않는 가족을 뒀다는 것이라고 한다.맏이라서 혹은 둘째라서 어떻고 식의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숨겨진 능력과 가능성을 발견,격려하고 이끌어줄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