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1년 잠에서 깨어나 '꿈틀'

휴대인터넷 와이브로가 1년간의 부진을 털고 도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30일 상용 서비스 1주년을 앞두고 와이브로 가입자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다.최근 단말기 라인업을 강화하고 부가서비스를 늘리면서 탄력이 붙고 있는 것.와이브로 사업자는 KT와 SK텔레콤 둘이나 KT만 제대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KT 와이브로 가입자는 5월 말 8200여명에서 최근 1만5000여명으로 늘어났다.

한 달 새 거의 두 배가 됐다.상용 서비스 개시 후 내내 지지부진하다가 갑자기 가입자가 불어난 것은 저렴한 단말기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노트북PC에 꽂아 쓰는 USB 형태의 모뎀 2종을 내놓은 뒤 종전의 두 배인 하루 300~700명이 새로 가입하고 있다.

와이브로 전용 USB모뎀(모델명 KWM-U1000)은 기존 PCMCIA카드에 비해 디자인이 고급스럽고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편하다.특히 오는 7월 말까지 와이브로에 가입하면 공짜로 받을 수 있어 직장인 대학생 등 노트북 사용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함께 내놓은 지상파DMB 겸용 USB모뎀도 3만원대에 살 수 있어 반응이 좋은 편이다.

KT는 지난 4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대학으로 와이브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마케팅을 본격화했다.이전까지 2000명에 그쳤던 가입자 수가 4월 말 6000여명으로 늘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송 속도가 빠르고 요금이 저렴한 데도 단말기 가격이 비싸고 서비스 지역이 제한돼 있어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

삼성전자 복합단말기 '디럭스 MITs'와 PDA형 스마트폰은 가격이 각각 180만원과 80만원대에 달했다.

3세대 이동통신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겸용 USB모뎀은 이동통신과 와이브로에 모두 가입해야 해 부담이 컸다.

PCMCIA카드는 슬롯이 없는 노트북에서는 쓸 수 없어 불편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게 바로 2종의 USB모뎀이다.

와이브로 부가서비스도 호평을 받고 있다.

KT는 와이브로 가입자 간 영상통화에 대해서는 요금을 받지 않고 지상파DMB 연동 양방향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다음 달엔 초고속인터넷과 와이브로를 함께 이용하면 요금을 10~20% 깎아주는 결합상품을 내놓는다.

이렇게 되면 와이브로 가입자 증가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와이브로의 약점인 커버리지도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관영 KT 상무는 "서울 수도권에서 와이브로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한 뒤 지방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 하반기엔 구체적인 커버리지 확대 계획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그동안 신중하게 와이브로 사업을 전개했다.

조 단위 투자비가 드는 반면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 등 기존 서비스를 잠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기존 서비스를 보완하고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정 상무는 "1년 동안 경험을 쌓은 만큼 서비스 확대에 오랜 시일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