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자) 네탓 공방 갈등정치 국민만 멍든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담화를 내고 국회에 민생·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것도 없지만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들의 처리 지연을 한나라당 탓으로 몰아붙임으로써 이번 담화가 국회의 협력을 기대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야당을 비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문제 해결에 접근하기보다 갈등만 양산하는 우리 정치가 정말 답답하기만 하다.노 대통령 말대로 현재 232건에 달하는 정부제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기에는 국민연금법, 로스쿨법 등 적지않은 민생 개혁법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법들이 제때 통과되지 못함으로써 야기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노 대통령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토록 중요한 법안 처리를 위해 정작 노 대통령은 무슨 정치적 노력을 했는지 먼저 묻고 싶다.

야당이 사학법을 볼모로 잡고 의도적으로 다른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사학법 갈등의 씨앗을 제공한 건 다름 아닌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다.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은 임시국회 와중에 선거법 위반은 아랑곳없다는 듯 야당과 대선주자들을 폄하하면서 정치적 갈등국면을 조장해 왔다.이래서는 야당이 수긍할 리 만무하고 국회운영이 원만히 이뤄질 리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계류 중인 법안 처리에 즉각적으로 나서야 한다. 앞으로 대선구도가 분명히 드러나면 각종 법안 처리는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국회는 상임위를 열어놓고도 법안심의는커녕 대선 예비주자들의 공약검증이나 비리폭로에 주력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각 정당들이 예비경선이니,대통합이니 해서 오로지 대선관련 이슈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고 보면 참으로 걱정스럽다. 때문에 남은 6월 임시국회에서만이라도 시급한 처리가 필요한 법안들을 우선 매듭지어야 할 것이고, 그래도 처리못한 법안들은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 마땅하다.

누차 말했지만 국회가 기본적인 의무이자 책임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때 집권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 여기서 탈당한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원내 제1당이 된 한나라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국민들이 국회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