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산별노조 정말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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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총파업의 모양새가 보기 민망할 정도다.
국민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는 것은 물론 조합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처참한 상황이다.28일엔 참여율이 다소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25~27일 사흘간 파업참여율은 각각 11.5%, 5.4%, 3.9%에 불과했다.
총파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게다가 법원은 불법파업을 강행한 핵심 간부들에 대해 체포영장까지 발부했다.한마디로 얻은 것은 없고 온통 잃은 것뿐이다.
지난해 완성차 4사 등 대형사업장이 가입하면서 국내 최대 산별노조로 재탄생한 이후 첫 총파업이 이처럼 만신창이가 됐으니 금속노조의 체면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돼 왔던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산별노조가 갖는 한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지적돼왔고 이번 사태는 그런 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내준 까닭이다.
산별노조는 사업분야가 다르고 경영 사정이 다른 다양한 기업 노조로 구성돼 있다.
금속노조만 해도 가입 사업장이 240개, 조합원은 14만3000여명에 이른다.조직이 방대한 만큼 정책이나 기업주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대단히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직의 방대함에 비례해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어렵고 조합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도 힘든 것이 결정적 맹점이다.
한·미 FTA 반대를 내세운 이번 파업은 이런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노조지도부는 근로조건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한·미 FTA의 최대 수혜 업종이 바로 자동차산업인데 거기에 반대하며 파업을 하겠다니 어찌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로 인해 자동차노조는 5일간의 파업기간 중 3일은 불참하고 마지못해 이틀만 참여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임금협상이 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예컨대 산별교섭에서 각 기업이 일률적 비율로 임금을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가정해 보자.이 경우 경영실적이 좋은 기업들은 무리없이 합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반면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경영사정이 괜찮은 기업의 조합원들은 인상 수준에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적지 않고,경영 사정이 열악한 기업은 더욱 힘든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는 최저인상률에 합의하는 경우라 해도 이런 사정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산별 협상이 타결됐다 하더라도 기업별 협상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산별교섭에서 산하 수백 개 기업들의 사정을 일일이 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기업별 노사협상은 필수 과정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노사는 또다시 밀고당기며 갈등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
어차피 기업별 교섭이 불가피하다면 왜 굳이 산별교섭이란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파업의 빌미만 늘어나는 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산별노조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유럽지역에서조차 산별은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추세에 있다.그런 점에서 금속노조의 이번 파업은 산별노조가 과연 우리 실정에 맞는 것인지 냉정히 되짚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국민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는 것은 물론 조합원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처참한 상황이다.28일엔 참여율이 다소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25~27일 사흘간 파업참여율은 각각 11.5%, 5.4%, 3.9%에 불과했다.
총파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게다가 법원은 불법파업을 강행한 핵심 간부들에 대해 체포영장까지 발부했다.한마디로 얻은 것은 없고 온통 잃은 것뿐이다.
지난해 완성차 4사 등 대형사업장이 가입하면서 국내 최대 산별노조로 재탄생한 이후 첫 총파업이 이처럼 만신창이가 됐으니 금속노조의 체면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돼 왔던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산별노조가 갖는 한계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지적돼왔고 이번 사태는 그런 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내준 까닭이다.
산별노조는 사업분야가 다르고 경영 사정이 다른 다양한 기업 노조로 구성돼 있다.
금속노조만 해도 가입 사업장이 240개, 조합원은 14만3000여명에 이른다.조직이 방대한 만큼 정책이나 기업주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대단히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조직의 방대함에 비례해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어렵고 조합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도 힘든 것이 결정적 맹점이다.
한·미 FTA 반대를 내세운 이번 파업은 이런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노조지도부는 근로조건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한·미 FTA의 최대 수혜 업종이 바로 자동차산업인데 거기에 반대하며 파업을 하겠다니 어찌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로 인해 자동차노조는 5일간의 파업기간 중 3일은 불참하고 마지못해 이틀만 참여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임금협상이 효율적인 것도 아니다.
예컨대 산별교섭에서 각 기업이 일률적 비율로 임금을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가정해 보자.이 경우 경영실적이 좋은 기업들은 무리없이 합의를 실천할 수 있는 반면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경영사정이 괜찮은 기업의 조합원들은 인상 수준에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적지 않고,경영 사정이 열악한 기업은 더욱 힘든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는 최저인상률에 합의하는 경우라 해도 이런 사정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산별 협상이 타결됐다 하더라도 기업별 협상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산별교섭에서 산하 수백 개 기업들의 사정을 일일이 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기업별 노사협상은 필수 과정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노사는 또다시 밀고당기며 갈등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
어차피 기업별 교섭이 불가피하다면 왜 굳이 산별교섭이란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파업의 빌미만 늘어나는 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산별노조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유럽지역에서조차 산별은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추세에 있다.그런 점에서 금속노조의 이번 파업은 산별노조가 과연 우리 실정에 맞는 것인지 냉정히 되짚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