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임금파업' … "적자 허덕이는데…해도 너무해"

'매출액(3조8506억원)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영업손실 737억원,순손실 306억원.'

기아자동차가 올 1분기(1~3월)에 거둔 참담한 성적표다.작년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졌고,3분기째 순이익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작년에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적자(1253억원)를 냈다.

6월 국내외 판매 실적도 저조해 연속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이런 상황 속에서도 올해 임금을 올려달라고 파업을 선포한 노조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기아차 노조의 요구는 임금을 12만8805원(기본급 대비 8.9%) 인상해 달라는 것.여기에 통상급의 200%를 생계비 부족분 명목으로 조합원들에게 내놓고,분임조 조장이 아닌 분임원들에게도 1만2000원의 수당을 새로 지급하라는 내용을 추가 요구안으로 내밀었다.

임금협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내 모듈 공장 유치 요구안도 포함시켰다.회사 측은 이에 대해 "노조가 해도 너무한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임금을 동결하고 발벗고 뛰어도 부족할 판에 과도한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들고 나와 회사 측을 궁지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적자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사적인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는데 12만원이 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게다가 사실상의 성과급까지 달라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이런 식의 요구 조건을 들어준다면 주주와 고객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기아차는 사장실 직속으로 TCI(Technical Cost Innovation) 추진 사무국을 발족하고 각 사업 부서의 인력들을 배치시켜 비용 절감 해법을 찾도록 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기아차 임원들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 책임을 지고 자발적으로 급여 20%를 반납한 상태다.

기아차 노조가 예정대로 파업을 강행할 경우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주·야 4시간씩 하루 8시간 전 공장이 가동을 멈춘다.

노조 측은 현재 주간조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야간조는 오후 10시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3시30분까지 일손을 놓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사 측은 오전이나 오후만 하는 부분 파업과 달리 이번 파업이 조업을 하다가 쉬고,쉬었다가 다시 조업하는 식이어서 실질적인 타격이 크고,품질 불량률이 높아질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다.

나흘간 파업으로 인해 6000여대의 생산 차질과 87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의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와 성급한 파업 결정에 대한 외부의 비난 여론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금속노조의 정치파업 때도 현대차보다 기아차 노조가 훨씬 강성 기질을 보였다"며 "파업이 강행될 경우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아 가뜩이나 어려운 영업 환경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