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감위원장 "기업에 쌓여있는 돈, 금융자본으로 길 터줘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5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으로 옮겨가지 못하도록 '대못질'을 한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금산분리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취임 직후부터 금산분리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소신발언을 거듭해왔지만 퇴임을 한 달 앞둔 지금까지도 이렇다할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다음은 일문일답.

-증권사 설립을 허용하는가.

"증권사의 신규 설립 허용은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과당경쟁이라는 측면이 있고 진입이 자유롭지 않아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자본시장의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측면에서 과당 경쟁 상태인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은행 인수 문제는 어떻게 보나."재무적 투자자로서는 문제가 없지만 전략적 투자자로서는 스터디를 해야 할 문제다.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문제는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과 앞으로 전반적인 은행 소유구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

국민연금이 특정 은행을 소유하게 됐을 때 누가 경영할 것인지 문제도 있다."-정부소유 은행의 민영화는 어떻게 방향을 잡았나.

"주요 7개 상업은행을 보면 외환 SC제일 씨티은행은 외국인이 경영권까지 갖고 있고 국민 신한 하나은행은 모두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다.

우리금융만 남아있는 셈이다.

산업자본이라고 대못질해 놓고 쓰지 못하게 하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금산분리를 깬다고 해도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는 견제할 수 있다.

필요하면 감독 강화도 가능하다.

놀고 있는 산업자본을 금융자본으로 동원해야 한다.

지금은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금산분리를) 엄격하게 유지하면 우리금융을 누가 인수할 수 있나."

-카드 가맹점수수료는 정치논리로 풀릴 조짐이다.

"타이밍이 공교로웠다.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경제논리로 풀겠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대해 언론에서 걱정 안 해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는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금융연구원에 용역의뢰했는데 원가분석을 전업카드사만 대상으로 하고 KB·외환카드 등 겸영카드사가 대상에서 빠져 보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회계전문기관의 검증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 달 정도 더 보완한 후에 8월에 공청회를 열겠다."

-퇴임을 앞두고 아쉬운 점은.

"금융산업이 양적으로 개선됐지만 질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

금융기관의 절대적인 자산 규모가 대단히 열세다.

세계 100대 은행 중 한국은 4개에 불과하다.

경제 규모에 비하면 약하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의 자본금은 30조원이 넘는다.

한국의 증권사는 아무리 커봤자 2조원이다.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 정도로는 경쟁하기 어렵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자국 내에서 20~30%를 벌고 나머지를 해외에서 번다.

우리 증권사는 국내에 의존하고 아직도 위탁수수료에 의존한다.리스크 관리 능력도 아직 미흡하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