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大作이 죽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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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원짜리 대작드라마 '에어 시티'의 반응이 영 신통하지 않다.
'에어 시티'는 인천공항을 배경으로 한 항공드라마.소재는 신선하고,출연진(최지우 이정재 주연)은 화려하다.등장인물의 직업 또한 공항운영본부 실장,국가정보원 요원,공항병원 원장 등 전문직 일색이다.
국제 산업스파이와 마약조직 검거,새 항공노선 개발을 둘러싼 국제경쟁 등 흥미로운 요소도 수두룩하다.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가족 간 암투 같은 식상한 대목도 없다.그런데 못 떴다.
잘못된 캐스팅을 탓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반적으로 2% 부족해 보인다.
벌어지는 일들은 심각한데도 긴박감은 떨어지고,주인공들의 사랑도 왠지 절절하지 않다.긴장감이 덜하니 조연들(권해효 등)의 감초 역할도 제 몫을 못한다.
사랑 우애 의리 인정 등 메시지는 다양한 듯한데 짜임새가 헐거우니 그저 온갖 일이 일어나는구나 싶을 뿐 하나도 절실하게 와닿지 않는다.
'에어 시티' 이전에 방송된 '히트'의 사정도 비슷했다.2% 부족한 대작의 실패는 영화 쪽도 다르지 않다.
어이없는 내용과 연출로 제작비 110억원 중 겨우 5억원을 건졌다는 '성냥팔이소녀의 재림'(2002년)은 제쳐놓고라도 2005년 말 개봉된 '태풍' 역시 탈북자 문제라는,한 번쯤 다뤄볼 만한 주제와 거대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
남북분단의 비극 및 우정,형제애라는 그럴 듯한 주제에 비해 스토리는 빈약하고 구성은 어설펐다.
이후 개봉된 '중천'과 '황진이' 모두 기대에 못 미친 채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요즘엔 영화계에 돈이 몰리지 않는다고 한다.
투자자들이 망설인다는 것이다.
이러다 한류(韓流)가 한류(寒流)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작(大作)이 죽쑤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가 뜨려면 재미와 감동 가운데 하나는 있어야 한다.
시청자와 관객을 끌어들이는 건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내 마음에 와닿는 얘기'다.
외관상 이데올로기나 민족감정 조국애 같은 거대 주제를 다룬 것이라도 들여다보면 나와 다르지 않은 보통사람의 사랑과 고민 갈등 안타까움 희망이 녹아있을 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독창성과 정보,컴퓨터그래픽 같은 기술력,연기력은 이런 이야기를 보다 그럴 듯하게 만드는 장치일 뿐이다.
'실미도'에 관객이 몰린 건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재도 소재지만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애와 '쟤가 참으니 나도 참는다'는 식의 대사 덕이다.
영상물은 성공작 하나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는 킬러콘텐츠다.
대작에 연연하는 이유다.
그러나 규모가 전부는 아니고 아이디어만으로 공감을 이끌어낼 순 없다.
설득력과 공감은 일상과 사람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으로 가슴 속 깊이 닿는 얘기를 꺼내 들려줄 때 생겨난다.
의욕만 앞세워 규모를 키우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건지부터 꼼꼼히 기획해야 한다.
탄탄한 시나리오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일단 틀을 크게 잡고 볼거리를 집어넣은 다음 마케팅을 잘하면 되겠지 식의 발상으로 시작한 대작은 열이면 열 죽쑬 수밖에 없다.제작 전 제3자에게 이야기의 개요가 아닌 시나리오 완성작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받아보면 터무니 없는 참패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에어 시티'는 인천공항을 배경으로 한 항공드라마.소재는 신선하고,출연진(최지우 이정재 주연)은 화려하다.등장인물의 직업 또한 공항운영본부 실장,국가정보원 요원,공항병원 원장 등 전문직 일색이다.
국제 산업스파이와 마약조직 검거,새 항공노선 개발을 둘러싼 국제경쟁 등 흥미로운 요소도 수두룩하다.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가족 간 암투 같은 식상한 대목도 없다.그런데 못 떴다.
잘못된 캐스팅을 탓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반적으로 2% 부족해 보인다.
벌어지는 일들은 심각한데도 긴박감은 떨어지고,주인공들의 사랑도 왠지 절절하지 않다.긴장감이 덜하니 조연들(권해효 등)의 감초 역할도 제 몫을 못한다.
사랑 우애 의리 인정 등 메시지는 다양한 듯한데 짜임새가 헐거우니 그저 온갖 일이 일어나는구나 싶을 뿐 하나도 절실하게 와닿지 않는다.
'에어 시티' 이전에 방송된 '히트'의 사정도 비슷했다.2% 부족한 대작의 실패는 영화 쪽도 다르지 않다.
어이없는 내용과 연출로 제작비 110억원 중 겨우 5억원을 건졌다는 '성냥팔이소녀의 재림'(2002년)은 제쳐놓고라도 2005년 말 개봉된 '태풍' 역시 탈북자 문제라는,한 번쯤 다뤄볼 만한 주제와 거대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
남북분단의 비극 및 우정,형제애라는 그럴 듯한 주제에 비해 스토리는 빈약하고 구성은 어설펐다.
이후 개봉된 '중천'과 '황진이' 모두 기대에 못 미친 채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요즘엔 영화계에 돈이 몰리지 않는다고 한다.
투자자들이 망설인다는 것이다.
이러다 한류(韓流)가 한류(寒流)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작(大作)이 죽쑤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가 뜨려면 재미와 감동 가운데 하나는 있어야 한다.
시청자와 관객을 끌어들이는 건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내 마음에 와닿는 얘기'다.
외관상 이데올로기나 민족감정 조국애 같은 거대 주제를 다룬 것이라도 들여다보면 나와 다르지 않은 보통사람의 사랑과 고민 갈등 안타까움 희망이 녹아있을 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독창성과 정보,컴퓨터그래픽 같은 기술력,연기력은 이런 이야기를 보다 그럴 듯하게 만드는 장치일 뿐이다.
'실미도'에 관객이 몰린 건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재도 소재지만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애와 '쟤가 참으니 나도 참는다'는 식의 대사 덕이다.
영상물은 성공작 하나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는 킬러콘텐츠다.
대작에 연연하는 이유다.
그러나 규모가 전부는 아니고 아이디어만으로 공감을 이끌어낼 순 없다.
설득력과 공감은 일상과 사람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으로 가슴 속 깊이 닿는 얘기를 꺼내 들려줄 때 생겨난다.
의욕만 앞세워 규모를 키우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건지부터 꼼꼼히 기획해야 한다.
탄탄한 시나리오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일단 틀을 크게 잡고 볼거리를 집어넣은 다음 마케팅을 잘하면 되겠지 식의 발상으로 시작한 대작은 열이면 열 죽쑬 수밖에 없다.제작 전 제3자에게 이야기의 개요가 아닌 시나리오 완성작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받아보면 터무니 없는 참패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