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금속노조 파업일정 안따르기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저지를 명분으로 불법 정치파업을 강행했던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이 향후 운동 방향과 관련,강·온파 간에 노선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지도부가 찬반 투표도 거치지 않고 파업을 강행한데 대해 온건파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강경파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오는 18일부터로 예정된 임·단협 관련 파업 동력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경찰이 최근 불법파업 주동자에 대해 적극 검거에 나서면서 지도부의 행동 반경이 위축된 것도 향후 예정된 파업 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강·온파 간 책임공방

금속노조 지도부 노선투쟁의 핵심은 '실패한' FTA 반대 정치파업에 대한 책임 공방.온건파는 무리하게 정치파업을 이끈 강경파를,강경파는 파업에 등을 돌린 온건파를 서로 공격하는 상황이다.

이런 노선투쟁 속에서 그동안 강경파의 투쟁노선에 떼밀려왔던 정갑득 위원장이 조직 내부의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파업을 주도했던 좌파들의 기세가 꺾인 셈이다.

이와 관련,노동부 관계자는 "금속노조는 좌파 강경파들이 조직을 장악하고 있어 온건파들이 기를 피지 못했는데 이번에 강경파들이 무리한 정치파업을 벌이는 바람에 그나마 운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속노조 내 강경파가 어처구니 없는 이슈를 내걸고 파업을 주도했기 때문에 강·온파 간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불법파업 주동자에 대한 경찰의 검거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 간부들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업동력 위축될듯

금속노조 내부가 내홍을 겪으면서 곧 이어질 임·단협 관련 파업동력은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이날 중앙과 지부,지회별로 쟁의조정 신청을 제출한데 이어 11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무리,산별교섭 최종 결렬에 대비한 파업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동안 4시간씩 파업을 벌이고 산별교섭 미참여사업장이나 금속노조 고발사업장에 대해서는 파업 강도를 높여 6시간씩 파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어 23일부터 전면 무기한파업을 벌여 휴가 전에 대기업들의 산별교섭 참여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금속노조는 올해 산별교섭에서 금속노조 인정,원하청 불공정거래 금지,비정규직을 포함한 총 고용인원 유지,금속산업 최저임금 93만6320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금속노조가 정치파업을 강행한 뒤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고 있고 지도부 17명에 대한 무더기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이어서 파업동력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금속노조 내 행동대장격인 현대차 지부가 이번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별도의 협상을 벌이기로 해 일부 사업장만의 파업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지부는 불참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별도의 지부교섭 일정을 이유로 금속노조의 임단협 파업 일정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 지부 관계자는 "당장 현대차 노사 간 지부 교섭을 위한 첫 상견례가 오는 12일로 예정되어 있고,그동안 노사협상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교섭 결렬에 따른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시기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지부는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지부는 이에 따라 일단 지부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부 임단협에 최대한 주력하고 지부교섭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곧바로 지부 임단협 투쟁을 벌이고 금속노조 임단협 투쟁에도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 지부의 장규호 공보부장은 "금속노조 내부회의에서 지부 임단협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이 성사되지 않으면 지부 임단협도 끝내지 못하는 만큼 산별교섭 대상 사업장은 반드시 교섭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울산=하인식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