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도시에도 살인과 전쟁은 있더라… 베르베르 신작 '파피용' 출간

"우리 모두는 탈바꿈에 성공해서 나비가 돼야 하는 애벌레들이다.

나비가 되고 나면,날개를 펼쳐 빛을 향해 날아가야 한다.이 책은 궁극적으로는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다."

'개미''타나토노트''나무'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6)가 자신의 신작소설 '파피용'(열린책들)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그의 책들은 전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돼 모두 1500만부나 팔렸고,한국에서만 500만부 이상 판매됐다.이번에 번역돼 나온 '파피용'은 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는 거대한 우주 범선 '파피용'을 타고 1251년간 우주여행에 나선 14만4000명의 지구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환경 재앙,전쟁 등으로 위기에 몰린 인류를 구하는 방법은 창의적인 생각과 지속적인 변화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하나의 지구가 아니라 다른 '지구들'을 개척해 보자는 발상에서 소설을 시작했다.소설 속에서는 세계 요트 챔피언 엘리자베스 말로,'파피용' 건설을 생각해낸 이브 크라메르,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한 세계 최고 갑부 가브리엘 맥 나마라가 이 발상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베르베르는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변화'를 내세우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까지 냉정하게 보여준다.

긴 우주여행을 떠난 지구인들은 우주선 안에서 '천국의 도시'를 건설하지만,'천국의 도시'에서도 인류의 살인,전쟁과 같은 범죄들이 일어난다.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엘리자베트-15'와 '아드리앵-18' 사이에서도 다툼이 일어나 '엘리자베트-15'가 죽게 된다.

이 작품을 번역한 전미연씨의 말대로 '지구에서 인간이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도한 새로운 사회적 모델은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과학보다 우리 사고방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베르베르는 이번 소설에서도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내용을 풀어갔다.

의미를 찾아내려 애써가며 읽을 필요가 없다.

내용 자체에 주제가 녹아있다.

SF영화 '에일리언''제5원소''어비스'의 미술 작업에 참여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장 지로 뫼비우스의 삽화 또한 볼 만하다.특히 이번 삽화는 우리나라 독자들을 위해 일부러 그린 것.전세계 판본 중 유일하게 한국어판에만 실려 더욱 관심을 모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