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고객가치 경영'] 고객! 고객! 당신이 진정한 CEO

개발~ 생산~ 마케팅~ AS

가치 사슬의 모든 단계그 중심엔 언제나 고객

고객 경영은 사업의 근간이다.

고객이 없으면 회사도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이렇게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를 잊고 경영해 왔다.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다.

제품을 만들어 놓으면 소비자나 고객사가 알아서 물건을 사가다 보니 경영의 초점이 늘 고객보다는 경쟁사에 맞춰져 있었다.경쟁사와 싸워 이겨 조금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기업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다시 고객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1 첫째 대량생산 체제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시장의 힘(Market Power)이 기업에서 고객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쏟아내다 보니 품질만 갖고는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힘들어졌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만족시켜 주지 않으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 둘째 시장이 세계화하면서 오랫동안 내수 시장을 독점해 온 기업들도 고객 만족 없이는 시장을 빼앗기는 상황에 처했다.

소비자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기업의 제품이라도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웹2.0을 비롯한 인터넷의 발달도 이 같은 상황을 앞당겼고,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시장 단일화 움직임도 고객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을 더욱 높였다.

#3 셋째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해졌다.

가처분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망도 커졌다.

웬만한 품질과 서비스로는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 욕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됐다.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찾아내는 가치 식별(Value Identification)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시장 조사와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들어 고객에 대한 통찰력(insight·고객과 시장에 대한 창조적이고 논리적인 시각)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다.

기네스맥주로 유명한 영국의 디아지오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높일 수 있도록 마케팅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마케팅 담당자들이 시장 조사와 데이터 분석 등에는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정작 결과를 이해하고 통찰력을 갖는 데 투자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에 따라 조사나 분석 업무는 가능한 한 시스템화해 업무량을 낮추는 대신 고객을 이해하는 시간을 확대하고 직원들의 개인평가 방법도 이에 맞게 바꿔 성공을 거두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마케팅실(GMO)이나 마켓센싱그룹,LG전자의 LSR(life style research) 연구소나 인사이트 마케팅팀 등도 모두 이같이 '소비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욕구를 발굴해 제품화하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설치된 조직이다.

고객의 욕구를 알아냈으면 이를 제대로 전달(Value Delivery)하고 극대화(Value Enhancement)해야 한다.

개발,디자인,생산,마케팅,영업,사후 서비스 등 가치 사슬(Value Chain)의 모든 단계에서 고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B2B 기업이면서도 광고와 마케팅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인텔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 고객에게 기술을 강요하기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술을 재해석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정기적으로 분석해 보고하는 고객연구부서(People and Practice Group)를 운영,소비자들의 기술 이해도를 파악하고 이를 개발에 반영한다.최근 세계 최고 기업으로 평가받는 일본 도요타는 고객 중심의 철학을 생산으로 옮기는 대표적인 사례.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도요타와 같은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건 도요타 종업원들 가슴 속 깊이 각인되어 있는 '고객 중시 철학'을 흉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