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외자유치 '당근' 바꾼 중국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동네인 광둥성 광저우시의 바이윈(白雲)공항.이 공항엔 지금 활주로 공사가 한창이다.

'페덱스(FedEX) 활주로'가 그것이다.세계 최대의 항공택배회사인 페덱스가 전용으로 사용할 활주로가 중국인들의 세금으로 건설되고 있다.

공사장 망치소리를 뒤로 하고 공항내부로 들어서니 '기업경영전문'이라는 간판이 붙은 서점이 눈에 들어온다.

창업 마케팅 경영관리 등의 제목이 적힌 책들이 책장 전체를 메우고 있다.경영인이 되는 법 같은 류의 강의용 CD도 수십 가지가 진열돼 있었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책장을 넘기며 메모하는 넥타이 차림의 신사도 눈에 들어왔다.

바이윈공항은 변화하는 중국을 이렇게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물류서비스는 중국정부가 지정한 집중 육성 산업.넓은 국토를 아우를 물류망과 이것을 관리할 노하우를 얻는 게 중국으로서는 절실한 과제다.

전용 활주로까지 지어주는 정성은 페덱스의 아시아태평양 물류본부를 내년에 필리핀 수빅에서 광저우로 옮기도록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과거엔 값싼 노동력으로 해외기업을 유치했지만 이젠 자본을 내세워 유치하고 있다"(코트라 광저우 무역관 김정태 과장)는 해석이 가능하다.중국이 자본을 투입해서라도 기술과 산업,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인들의 개방화 의식 역시 고도화되고 있다.

중국 어느 서점을 가든 가장 인기 있는 책은 비즈니스 관련 서적이다.

젝 웰치,빌 게이츠,워렌 버핏 등 '미국 자본주의자'들의 비즈니스 노하우를 전하는 책이 꾸준히 대학가에서 팔리고 있다.

여행 관련 책이 많을 듯한 바윈서점에 비즈니스 서적이 빼곡히 꽃혀 있는 이유다.

바이윈서점에서 마케팅기법이라는 책을 보고 있던 한 중국인은 "페덱스가 들어오면 광저우가 중국과 아시아의 물류중심이 될 것"이라며 "동아시아 물류 관련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세금을 풀어 활주로를 지어주고,국민들은 활주로 건설이 가져올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광저우의 바이윈공항에서 더 잘 살아보기 위해 땀을 더 흘리려는 자본주의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광저우=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