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 對 상도동 '마지막 승부'?

올해 대선에서 '동교동'과 '상도동'의 영향력이 예전 못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정치에서 오랫동안 '축'을 형성해 온 두 계파의 수장이 현역에서 물러난 후 '뒷전'으로 밀렸지만,대선을 계기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상도동의 경우,김영삼 전 대통령(YS)계파인 민주계 인사들이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서 '대통령 만들기'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동교동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상왕정치'를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직접 나서면서 범여권 대선 주자들이 그의 집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다.

◆갈라진 민주계=민주계들이 본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말부터다.YS가 홍준표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DJ의 범여권 통합 촉구에 대해 "발악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시점 전후다.

때문에 평생 '숙적'인 DJ와 마지막 승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YS는 이 전 시장 지지 쪽에 쏠려 있다는 관측이 강하다.그는 지난 3월 이 전 시장 출판 기념회에 참석,나란히 입장했다.

지난달 "당이 민심을 따라가야… "라고 말해,지지율이 높았던 이 전 시장을 마음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민주계는 YS의 이런 뜻과 관계 없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진영으로 흩어졌다.이 전 시장 캠프의 경우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어른'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계 실세였던 김덕룡 의원과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가 곧 합류할 예정이다.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민중계 출신이지만,민주계와 인연이 깊다.

안경률 정병국 이병석 의원,YS의 입으로 통하는 박종웅 전 의원도 캠프에서 주요한 일을 하고 있다.

김명윤 목요상 정재문 류한열 신경식 김현규 문정수 이신범 전 의원도 이 전 시장을 돕고 있다.

박 전 대표 캠프에선 YS의 복심으로 통하던 서청원 전 의원이 '좌장'으로 포진하고 있다.

YS 대통령 시절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 등을 지낸 김무성 의원은 조직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규택 의원은 선대위 부위원장으로,이성헌 전 의원은 조직총괄단장으로 각각 뛰고 있다.

박희부·조익현 전 의원 등 민주계 인사 33명도 뒤늦게 박 전 대표 지지를 공식 선언하고,캠프에 합류했다.

◆동교동은 '문전성시'=DJ의 동교동 자택에는 이달 들어 중도통합민주당의 이인제 의원이 대선 출마 선언 전날인 4일 예방한 것을 시작으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9일),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10일),민생정치모임 천정배 의원(12일)이 다녀갔다.

지난 5월엔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범여권 대선주자들과 지도부가 DJ를 찾아 조언을 구했다.

범여권 주자들의 동교동 방문이 줄을 잇는 것은 무엇보다 민주개혁진영의 '적자 경쟁'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DJ는 아직까지 호남 민심의 상징적 존재인 데다 '단일 정당,단일 후보론'에 입각해 범여권 대통합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를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 '정통성'을 획득하는 절차로 비칠 수 있다.대선 승리를 위해선 여권이 반드시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하는 DJ는 이들 대선주자와의 면담을 범여권 대통합의 속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고 있다.

홍영식/강동균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