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자의 와인이야기] 와인 산화 막는 마버의 살균제… '무수아황산'이 뭐지?

와인의 뒤 라벨을 읽어 보면 빼놓지 않고 들어 있는 글귀가 있다.

바로 무수아황산 첨가라는 것이다.황산이라는 말에서 왠지 부정적인 느낌을 가질 것 같다.

하지만 무수아황산(SO2)은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물질이다.

만약 SO2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다면 두 가지 위험을 가질 수 있다.와인이 산화하거나 원하지 않는 미생물 성장에 의해 고유의 맛과 향이 변할 수 있다.

사과나 감자의 껍질을 벗기면 산소에 노출돼 갈색으로 변하는데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산화작용을 막아주는 것이 SO2인 것이다.SO2는 불쾌하고 역한 냄새를 풍기면서 사람을 질식하게 할 수도 있는 무색 가스이지만 로마시대 이래로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하도록 하는 용도로 이용돼 왔다.

소량의 SO2에 노출돼도 위험한 것은 아니다.

와인이 산소와 만나면 복잡한 화학작용에 의해 맛이 변한다.과산화수소나 페놀,에탄올,아세탈히드 등의 용어를 동원해 어렵게 설명할 수 있지만 화학식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또 상한 포도나 곰팡이가 생긴 포도에 들어 있는 효소에 의해 와인을 버리기도 한다.

SO2는 와인이 상해서 못 마시게 되는 경우를 줄여준다.

품질이 떨어지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 때 충분한 SO2를 사용해야 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물론 와인 생산자가 균에 전염된 포도를 최대한 솎아내고 건강한 포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양조장의 청결 상태도 중요하다.

그래서 귀부병에 걸린 포도로 양조하는 달콤한 스위트 와인은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양의 SO2 첨가가 필요하다.

또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보다 더 많은 SO2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레드 와인에는 자연적으로 산화의 공격을 방어하는 폴리 페놀(Polyphenolic compounds) 성분이 화이트 와인보다 훨씬 더 풍부하기 때문이다.

화이트 와인은 일반적으로 산화에 상처를 입기 쉬우며 주의 깊은 보호가 필요하다.

SO2는 살균제 역할을 한다.

SO2는 박테리아와 효모를 죽인다.

대개 SO2는 효모보다 박테리아를 더 많이 제거하는데 이에 따라 적절한 농도로 불필요한 미생물의 성장을 막으면서 이로운 효모만을 활동하게 만들어 준다.

와인 메이커,와인 머천트,와인 저널리스트 등 와인 전문가 집단은 물론 소비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기에 SO2 문제를 다뤄봤다.SO2는 와인 양조에서 와인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물질 중 하나이며 이름에서 오는 인상만으로 왜곡된 눈길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 Corinne-Eom@ic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