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증시 이론' 뛰어넘었다

주가가 폭등한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H증권 객장.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주부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부 이모씨(43)는 "지금이라도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 같아 적금 등 가능한 자금을 모두 모아 주식을 샀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 증권사 객장에는 '아줌마 부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예전 같으면 주가가 꼭지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신호다. 그러나 '아줌마가 객장에 몰려들면 상투'라는 과거 경험은 더 이상 들어맞지 않고 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활황장이 지속되면서 주식시장의 오랜 '통념'이 무너지고 있다.

주가 예측의 기초 자료로 활용돼 왔던 전통적인 기법이나 주식시장에 전해 내려온 오랜 지혜가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일례로 주가 상승 일수와 거래량 등을 기초로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투자심리도나 이격도(현재 주가 수준과 이동평균선의 괴리율) 같은 지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실제 이 지표들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줄기차게 과열 신호를 보냈지만 주가는 거침없이 올랐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격언도 최근 몇 달째 증권가에서 회자됐지만 전혀 들어맞지 않고 있다.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과 환율 하락,유가 급등은 증시에서 악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증시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경기가 좋다는 것을 정부가 공식 확인해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환율 하락과 유가 인상도 국가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경제 활황의 증거로 해석,악재로 여기지 않고 있다.이에 따라 전문가들도 섣불리 지수 예측을 못하고 있다.

투자 전략 분야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힌 조익재 CJ투자증권 이사에게 시황 전망을 묻자 "대답하기 무서운 질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펀드매니저로 명성을 날린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더 오를 것 같은데 이는 순전히 '감'일 뿐 논리적 설명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도 "1970년대 건설주 장세와 1980년대 3저 호황,2000년 초 정보기술(IT)주 거품기에 버금가는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어 주가 예측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53.18포인트(2.78%)나 급등하면서 1962.93에 장을 마쳤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