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EU 16일부터 FTA 2차협상 ‥ 시장개방 본격 줄다리기...연말 타결 여부 시금석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이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된다. 오는 20일까지 계속될 이번 협상은 양측이 목표한 대로 올해 말까지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지난 5월 1차 협상에서 '95% 이상 자유화' 등 상품 양허(개방)원칙에 합의한 양측은 이미 교환한 상품 및 서비스 양허안(개방안) 등을 놓고 본격적인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김한수 한국 수석대표는 "이번에 모든 쟁점이 협상테이블에 올려져 논의될 것"이라며 "2차 협상은 1차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경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 김 대표를 비롯해 130여명이,EU는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 등 50여명이 참여했으며 △상품 △서비스ㆍ투자 △규제 △분쟁해결ㆍ지속가능발전 등 4개 분과가 모두 열린다.


◆상품 양허안 격차 극복 관심

EU는 협정 발효 7년 이내에 모든 상품 시장을 100% 개방하겠다는 양허안을 지난 6일 내놨다. 이에 비해 한국은 쌀 등을 개방에서 빼고 기계,화학 등 공산품도 10년간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안을 전달했다. 조기철폐(즉시,3년 내) 비율이 EU는 80%(무역액 기준)인 데 반해 한국은 60%에 그친다.이에 따라 이번 협상에서 EU 측 압력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단 관계자는 "EU의 기대 수준이 상당히 높아 한국에 대한 요구 수준도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분야에서 EU는 법률 금융 회계 등 사업서비스에 대한 개방 요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분야는 '복병'으로 꼽힌다. EU는 추구권,공연보상청구권 등 국내에 없는 새로운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추구권'이란 미술작품이 팔릴 때마다 발생하는 양도차액의 일부분을 저작권자가 분배받을 수 있는 권리로,이 제도가 도입되면 미술시장에 세금이 새로 부과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보상청구권은 카페,레스토랑 등에서 음악을 틀면 이를 공연으로 간주,일정액의 저작권료를 부담케 하는 것이다.

원산지 분야에선 한국이 개성공단 생산품을 역외가공방식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올해 말 타결 가능할까

양측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U는 한ㆍ미 FTA보다 뒤처질 경우 유럽 제품이 미국산에 밀려 한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내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끝내기를 원하고 있다.

양측은 3차 협상을 오는 9월17~21일 브뤼셀에서 갖기로 했으며 4차 회의는 10월께 서울에서 개최한 뒤 연내에 한두 차례 더 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