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선을 넘는 충격' ‥ 극단 쎄실의 '위험한 시선'에 관심 집중

32년 전통의 극단 '쎄실'이 오는 7월 18일부터 창작극 시리즈 18번째 작품이자 게릴라극장 새 작가 새 연출 새 무대 시리즈 2번째 무대로 김수미 작, 이자순 연출 '위험한 시선'의 막을 올린다.

'위험한 시선'은 '양파' '나는 날마다 죽는 연습을 한다' 등의 작품을 통해 획기적인 감성을 선보인 여류희곡작가 김수미와 '선지' '메디아' 등 신선한 무대를 창조했던 여류연출가 이자순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버지가 칼에 찔린 채 발견됐다! 용의자는 엄마와 아들, 그리고 딸...

칼에 찔린 채 숨져있는 아버지, 그 아버지의 주검을 바라보고 서있는 어머니와 딸의 모습에서 극이 시작된다.
범인은 누구인가? 현장에 있던 두 개의 술잔과 격투 흔적, 사용한 흉기가 식칼이 점에서 타살이며 우발적 사고의 가능성을 두고 두 형사들의 상상에 의한 추리가 시작된다.

추리1- 먼저 서형사는 수사 중 어머니에게 내연의 남자가 있음을 알게 되고 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어머니를 지목한다. 아내의 바람으로 인한 부부싸움에서 벌어진 사고로 추리한 그의 추측에는 사건 정황상 맞지 않는 부분이 드러난다.

추리2- 장형사가 아들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아들은 약물 중독자였고 돈이 필요해 아버지와 실갱이 중 벌어진 우발적인 사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현장에 있던 두 개의 술잔에 대한 비밀을 풀지 못한다. 추리3- 이때 감식반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인해 서형사는 사건의 방향을 ‘우발적’이 아닌 ‘의도된’ 사건으로 바꾸며 딸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상습적으로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오다 결혼을 앞두고 더는 견딜 수 없어 죽였다는 게 그의 추측이었고 딸을 범인으로 확신했다.

그리고…서형사가 영장을 발부 받으러 간 사이, 장형사는 자신이 범인으로 몰려 했던 아들을 만나 또 다른 숨겨진 사건-장형사의 딸이 성폭행 당한 사건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다. 사건 당일 누나와 아버지의 일을 목격한 충격으로 범죄를 저지른 걸 고백하며 서서히 죽어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장형사는 ‘아버지를 죽인 패륜범의 자살’로 사건을 종결하려 하는 의도를 드러낸다. 진실은 다시 만들어진다는 말을 남기며….

극의 말미에 조용히 눈뜨는 진실은 어머니에게 상처 받는 아버지를 위로하며 다가오는 딸의 위험한 시선이 아버지를 자살로 몰고 간 것이다. 사실을 안 어머니의 무거운 침묵 속에 어머니를 향한 증오의 눈빛과 아버지를 향한 금기의 시선을 가진 딸이 이 극의 진실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을 바라보는 첫 번째 시선은 단연 충격이다.

‘근친상간’ 이라는 위험하고도 어려운 화두를 '위험한 시선'은 전면에 내세운다.

예술작품에서 그려지는 딸과 아버지의 관계는 아들과 어머니와의 관계와는 사뭇 다르다. 생물학적이든 사회적이든 아들과 어머니의 소위 ‘근친상간’적인 관계는 쌍방간의 감정으로 이루어진 불가해적 일인데 반해 딸과 아버지는 힘 있는 자의 일반적인 착취로 이루어진 가해사건으로 그려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위험한 시선'은 이 관계를 전복시켜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어긋난 시선을 그리고 있다. 극중 “세상 누구도 아버지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않아!”라는 어머니의 대사처럼 금기의 시선을 넘고 있는 위험한 인간의 눈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위험한 시선을 가진 딸의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소재만으로 이 작품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모든 예술작품 속의 주제와 소재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때론 작품 속에 내재된 이면의 의미는 소재의 불편함까지 감내시킨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금기의 시선은 드러나게 혹은 숨겨진 채 여러 형태의 사건으로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극에서 형사들의 시선으로 재구성되는 사건들은 실화들이다.

첫 번째 사건의 유형은 부부싸움에서 우발적인 살인사건으로 발전되는 보편적이고 통념적인, ‘가정 내 폭력’ 사건의 단면이라면, 두 번째 사건은 요즘 자주 일어나는 패륜의 전형이다. 그리고 세 번째 사건은 김보정 양 사건 같은 실화들이 이미 알려져 있으나, 마지막 사건의 진실에서 보이는 역전의 형태는 드러나지 않는 또 하나의 실화이며 이런 실화는 외국의 경우에도 자주 사회문제화되는 사건들이다.

한 가장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두고 추리의 형식을 통해 보여준 실화들은 형사들의 시선에 의한 이야기 속에 담긴 오늘의 사회문제를 담고 있다. 아니, 형사들이 찾아내지 못한 진실이 숨어있었듯 빠른 사회 변화는 우리가 채 추리해내지 못했던 사건들을 돌출시키며 경악과 충격 속으로 몰아 넣고 있다. 지금 이 시각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이 작품에서 구성된 실화들 보다 더 위험한 수위를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젠 ‘우발적’ 사고라고 하기에도 ‘원한 관계’의 사건 이라기에도 해명할 수 없는 선인 카오스로 인간은 잠기고 있는 것이다.

‘실화’보다 더한 오늘의 현실에서 발견하는 인간의 위험성을 이 작품은 말하고자 한다.

이 극의 모든 인물들의 눈은 통념과 보편을 넘어 혼란과 왜곡, 오류라는 카오스에 잠긴다. 어떤 도덕도 윤리도 규범으로도 통제 되어지지 않는 오늘의 사건들 속에서 발견하는 범죄에서도, 진실을 외면하는 침묵에서도, 오도되는 뉴스에서도 이 작품의 인물들을 발견한다. 혹은 그 인물이 바로 자신일 수도 있다.

'위험한 시선'은 원안자인 이주헌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준비되고 있기도 해서 화제다.
일시: 2007년 7월18일 ~ 29일
화~금: 7시30분/토요일: 4시, 7시30분/
일요일: 4시/월요일 공연 없음
곳: 게릴라극장(Tel. 763-1268) www.stt1986.com
입장료: 일반 20,000원/대학생 15,000원
(*청소년 관람불가)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