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강동윤 '왕중왕' 등극...전자랜드배 결승 3국서 이창호 9단에 불계승

신예 강동윤 5단이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이창호 9단을 꺾고 전자랜드배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6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4기 전자랜드배 왕중왕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흑를 잡은 강 5단은 237수만에 이 9단을 불계승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첫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거머쥔 올해 18세의 강 5단은 한국 바둑계의 유망주에서 타이틀 홀더로 부상했다.

이날 초반 포석에선 두 기사간 기세가 팽팽하게 맞섰으나 중반전으로 돌입할 무렵 상변 중앙 침투에 성공한 이 9단의 흐름이 다소 유리하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9단은 이후 우변에서 벌어진 복잡한 패싸움 과정에서 대마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으며,좌하귀를 버리는 대신 좌상귀에서부터 변에 이르는 대가를 구축함으로써 승리 일보직전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강 5단은 막판 저력을 발휘했다.

이 9단이 차지하고 있던 상변 중앙에서 죽은 것처럼 보였던 흑 한 점을 움직이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강 5단이 던질 곳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검토실에서 나왔지만 오히려 우상귀에 잡혔던 흑 2점을 되살리고 이 9단의 백 4점을 포획,이 9단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강 5단은 대국후 인터뷰에서 "초반에 손이 빨리 나가는 바람에 바둑이 좋지 않았다"며 "막판 던질 곳을 찾았었는데 이 9단이 실수하는 바람에 운좋게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전에서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가면서 국제기전에서도 우승하고 싶다"고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이 9단은 지난 9일 후지쯔배 결승에서 박영훈 9단에게 패한데 이어 전자랜드배에서마저 고배를 마셔 슬럼프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이 9단은 18일 벌어질 왕위전 마지막 5국에서 윤준상 6단을 꺾지 못하면 19년만에 무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번 대회 1국에서는 강 5단이 이 9단을 1집반 차이로 역전승했고,2국에서는 이 9단이 불계승을 거뒀다.

전자랜드배는 한국경제신문과 바둑TV,세계사이버기원이 주최하고 전자랜드와 서울전자유통이 후원하는 메이저 대회로 총상금(5억2500만원)이 국내 기전중 가장 많다.

우승을 거머쥔 강 5단은 4500만원의 상금을,준우승에 머문 이 9단은 18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