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지수 2000'의 냉정한 해석

曺明鉉 < 고려대 교수·경영학 >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근접해 있다.이를 언론에서는 한국증시의 선진화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증시가 주가지수 500~1000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했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증시활황을 바라보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과연 이처럼 유례없이 높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이는 현재의 주가상승이 단기적 거품인지 아니면 장기적 추세인지에 관한 이슈다.

혹자는 사람들이 모두 주식 이야기를 하면 이는 주가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는 상태라고 말하며 현재 한국 주식시장이 이러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거품의 존재는 사전적(事前的)으로 알기 힘들지만 한국증시의 최근 상승요인을 분석해 본다면 거품 여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추론은 가능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증시가 지수 2000선까지 상승한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한국증시의 패러다임 변화,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 등을 들고 있다.

최근 한국증시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증시상승의 주요 요인이라는 점은 명확히 드러난다.돈의 힘이 증시를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엔 돈은 넘쳐나는데 전통적으로 매력적 투자처였던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각종 규제로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자 증시로 돈이 몰리는 쏠림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또 하나의 요인은 한국증시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 년 전부터 개인들이 은행예금보다는 주식을 더 좋은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 적금 대신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기 시작했고 투자행태도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변하고 있다.

채권투자 위주의 연기금이 주식투자를 늘리면서 주식에 대한 안정적 수요기반이 국내에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상당히 낮아짐으로써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지정학적 위험의 감소는 최근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 그리고 북한의 핵시설 폐쇄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움직임도 이러한 지정학적 위험감소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러한 요인들로부터 비롯된 우리증시의 레벨업이 유지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너무 급속히 올랐기 때문에 조정의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또한 길게 보더라도 위의 요인들이 급격히 변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세계경제에의 충격을 고려해 완만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만,과도한 글로벌 유동성의 조절을 위한 각국 정부의 금리인상이 계속되고 있다.

저금리 시대의 끝이 이야기되기도 한다.

또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영구적으로 감소했다고 보기에는 돌발요인이 너무 많다.

믿을 구석은 한국증시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수요기반 확대밖에 없어 보이지만 이제는 한국주식이 절대 싸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주식수요의 무조건적 확대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의 주가는 하락의 가능성을 안고 있으면서 세계 경제상황,국내 경기,기업실적 등의 요인에 의해 그 '길'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주가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힐 때가 아니라 오히려 좀더 냉정히 세계경제 상황을 주시하면서 하락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평가된다.

정책 당국자들도 좀더 선제적(先制的)인 정책수단을 동원해 거품이 끼지 않게,또 거품이 끼었다면 그 바람을 조금씩 천천히 빼는 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모두가 새겨 보아야 할 점은 주가상승으로 인해 우리사회의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양극화가 심화됐는데 주가상승으로 양극화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는 주가하락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면서 그간의 축제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명제를 돌이켜 볼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