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역사에서 해법 찾지요"

"제가 종로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섰다가 떨어졌는데,지금 생각하면 떨어지길 잘한 것 같아요.

전 '소설가'로 후대에 기억되길 원하거든요."신작 소설 '김홍신의 대발해'(전10권,아리샘)를 8년 만에 내놓은 소설가 김홍신씨(60)는 18일 이렇게 말했다.

이날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였다.

예전보다 부쩍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3년에 가까운 집필기간 동안 너무 무리해 '몸에게 미안할'정도"라고 했다.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사료(史料) 취재에서 집필까지 엄청난 공을 들였다.

자료를 찾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다녀온 것도 수십 차례다.

지금은 학자의 출입까지도 통제한 발해의 근원지인 '동모산'에도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직접 다녀왔다.집에서는 낮 12시30분부터 새벽 3시까지 날마다 집필에 몰두해 200자 원고지 1만2000장을 만년필로 썼다.

급기야 오른쪽 어깨와 팔이 마비됐고,실내에서만 활동한 탓에 햇빛 알레르기도 생겼다.

김씨가 이렇게 '발해'에 미치게 된 것은 8년 전 그의 '정신적 스승'인 법륜 스님에게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다.실제로 중국에 가보니 이미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 역사에 집어넣으려는 프로젝트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는 신라,고구려,백제의 유물과 기록은 잘 보존했지만 발해의 역사는 버린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더 소설로 쓰고싶은 애착이 생겼죠."

그는 역사물이 넘쳐나는 지금의 흐름에 대해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사람들은 역사를 찾았다"며 "다만 요즘 작가들은 '전지적 시각'만으로 역사소설의 이야기성에만 치중하지만,적어도 역사소설을 쓸 때는 '제한적 시각'을 갖고 역사학자 및 독자들과 논쟁할 수 있는 정도의 객관적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벌써 다음 작품의 소재인 '붓다'를 쓰기 위해 자료 취재에 들어간 상태다.

인도에도 이미 한 번 다녀왔다.그는 "백제 의자왕과 신라 진성여왕에 관한 역사소설도 쓰고 싶지만 과연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며 "붓다에 관한 작품 집필은 내 마음 공부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