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몸집 불리기' 속도 낸다

올 상반기 M&A 454건 달해 43% 급증
중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속력을 내고 있다.

이는 자국 기업 규모를 키워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그러나 중국 정부의 자국 핵심 산업 보호 정책에 따라 외국 기업의 중국 기업 인수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상하이데일리는 18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통계를 인용,올 상반기 중국 기업 간 M&A는 모두 45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2%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철강 시멘트 유통 등의 분야에서 M&A가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이 기간 M&A 규모는 총 276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94억달러보다 다소 감소,단위당 M&A 거래 규모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PWC의 기업회계사인 가브리엘 웡은 "2006년부터 시작된 중국 증시 활황에 힘입어 각 기업이 자금 사정에 여유가 생기면서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기업 매도자 측이 주가 추가 상승을 예상,합병 논의를 잠정 보류한 상태가 많아 하반기 중국 기업 M&A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PWC는 이 기간 외국 기업의 중국 기업 인수는 17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크게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이는 중국 정부가 전력 석유화학 전신 항공 등 7개 핵심 산업에 대해 외국인의 기업 인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브리엘 웡은 "국내 기업 간 M&A를 통해 대형 기업을 육성,국제경쟁력을 키우자는 게 중국 정부의 방침"이라며 "그러나 중국 경제정책에 민족주의 성향이 짙어지면서 외국 기업에는 오히려 M&A 기회가 막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특히 국무원(중앙정부) 산하 국유기업인 '중앙(中央)기업' 간 상호 M&A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 육성 전략을 펴고 있다.이 방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최근 중앙기업인 선양화궁(瀋陽化工) 연구원을 같은 중앙기업인 중국화궁집단(ChemChina)에,중국화궁판매공사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에 각각 흡수통합시켰다.

이에 따라 중앙기업 수는 기존의 159개에서 현재 157개로 줄어들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리수저 연구원은 "이번 흡수합병으로 중국화궁집단은 연구 기능을 크게 강화했고,중국해양석유는 영업 범위를 해양에서 내륙 유통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더 크고 강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육성 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적극적인 M&A를 통해 경쟁력 있는 대형 국유기업 80∼100개를 집중 육성하고 이 중 30∼50개는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한편 홍콩문회보는 이날 중국 정부가 산업별로 대형 국유기업 2∼3개를 집중 육성하면서 국유기업은 성장하고 민영기업들은 위축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이 신문은 기업 내 부정부패가 심화되는 등 일부 민영기업들이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정부의 기업정책 방향이 기존 민영기업 적극 육성 정책에서 국유기업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