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핑계

'시간이 없다,인맥이 있어야지,이 나이에,나한테는 왜 걱정거리만 생길까,이런 것도 못하다니,용기가 없어,사람들이 날 화나게 해,버릇이라 못고쳐,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맨정신으로 살 수 없는 세상이야,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갈 걸,난 원래 이 모양이야,상황이 협조를 안해줘.'

미국의 스티브 챈들러가 말하는 '성공을 가로막는 13가지 거짓말'이다.여기서 말하는 거짓말이란 남이 아닌 스스로에게 해대는 핑계다.

챈들러는 그러나 이런 핑계에 자신을 내맡기면 실패해도 '내 잘못이 아니다'라며 자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과는 대열에서 낙오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뭔가 이룩하자면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성심껏 매달려야 한다는 얘기다.성공한 사람들은 '노력과 인내심'을,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인맥과 학벌 집안같은 배경'을 성공의 요인으로 꼽았다는 한 취업포털의 조사 결과는 실패자들의 이런저런 핑계가 실은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챈들러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챈들러는 또 "핑계는 부끄러움을 가리는 수건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실,특히 외부요인을 구실로 갖다 붙이면 실패하거나 잘못을 저지르고도 자책감과 죄의식을 덜 느낀다는 것이다.실제 우리 사회엔 사태의 원인을 사회 부조리에 돌림으로써 사태의 핵심을 비껴가려는 이들이 많다.

분명 잘못된 일인데도 세상이 강요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나오는 셈이다.

아무도 핑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데서 오는 관대함 탓인가.나이를 속이고,남의 글을 제 글이라 속이고,학력을 속이고,불법인 줄 알고 행하고도 아니다 내지 사정이 있었다고 우기는 사람이 급증한다.

모르고 그랬거나,그 바닥에선 관행이었거나,살기 위해 부득이했거나 등에 상관 없다.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다. 핑계에 대한 관대함은 개인과 집단 모두를 늪에 빠트릴 수 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지만 속임수에 관한한 단호해질 때도 됐다.연예인과 문화예술인 정치인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