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북캉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바야흐로 바캉스철이다.

너도 나도 짐을 꾸려 집을 나서는 통에 바다와 산,도로는 온통 사람들로 북적거린다.바캉스의 라틴말 어원이 그렇듯이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찾고 싶어 떠나는 것이다.

특히 서양 사람들은 여름 바캉스를 만끽하기 위해 1년을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돈을 모으는 것도 바캉스 때문이고,서로간에 오가는 화제 역시 바캉스 일색이다.휴가철에 들어서면 도시의 상가는 문이 닫혀 생필품을 사기도 어려울 지경이고,관공서 일을 보기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하기야 국가 원수가 장기간의 휴가로 자리를 비우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피서객들 손에는 책 한권 정도는 꼭 들려 있다.바닷가나 산장 등 피서지 어디에서든 독서를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평소에 읽고 싶은 책을 사거나 추천을 받아 책을 고르는 것도 여행준비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일이다.

몇년 새 우리나라 여름 휴가도 그 풍속이 크게 바뀌었다.끼리끼리 둘러 앉아 고스톱을 치고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휴가가방에 책을 꾸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책'을 읽으면서 '바캉스'를 즐기려는 소위 '북캉스'들이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전통적인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 아닌 여름으로 자리를 굳혔다고 한다.

여름철 책 판매량이 다른 계절에 비해 30%가량 더 많다는 통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와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청소년들이 읽을 권장 도서를 발표하고,최고경영자들이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해 권하는 것도 북캉스를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책을 읽지 않으려는 핑계는 많지만,책을 읽어야 할 이유 또한 많다.

다가올 시대변화를 미리 감지하는 것도 책을 통해서이고,바쁜 일상에서 지나치는 삶의 의미를 되뇌고,내일을 준비하는 재충전의 기력을 부어넣는 것도 책만한 게 없다.혹시 여행가방에 책이 빠지지나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