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카드영업 약진 … 물량공세 덕?

하나은행이 올해 2월 초 내놓은 '마이웨이 카드'.교통비를 깎아주고 할인점에서 최고 7%를 할인해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두 달 만에 49만5000장이 판매됐다.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킨다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3월 말 판매가 중단됐지만 카드 회원 수 증가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게 하나은행의 분석이다.박해춘 우리은행장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선보인 'V카드'도 카드 사업 확대에 나선 우리은행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카드는 할인점과 영화관 할인 등으로 두 달 만에 51만명을 회원으로 끌어들였다.

이처럼 올 상반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확실한 '히트상품'으로 재미를 봤다.다른 은행들도 카드 영업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주목받을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해 내실을 기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나은행은 회원 수,우리은행은 매출 급증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상반기에만 48만명의 유효회원을 추가로 확보,유효회원 수를 196만명에서 244만명으로 늘렸다.증가율로 환산하면 24%로 5개 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유효회원은 카드를 발급받아 한 번 이상 카드를 사용한 회원을 말한다.

원상연 하나은행 카드기획관리팀 차장은 "상반기에는 카드 회원 모집에 중점을 둔 데다 각종 할인 혜택이 많았던 마이웨이 카드와 하나 오토카드 덕분에 회원 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우리은행은 회원 수보다 매출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중 유효 카드 회원 수는 253만명에서 299만명으로 18% 늘어 24%인 하나은행에 뒤졌지만 2분기 신용판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41%나 늘어 증가율 2위인 하나은행(21%)의 두 배에 육박했다.

우리은행 카드전략팀 관계자는 "V카드의 경우 한 달 카드 사용액이 30만원 이상이어야 각종 할인 혜택을 주는 등 카드 사용을 많이 하도록 유도한 전략이 주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국민은행과 신한카드도 상반기에 회원 수보다 매출액 신장에 주력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6개월 전에 비해 회원 수는 24만명 감소했지만 2분기 신용판매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0% 이상 늘어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회원들을 정리하고 회원 1인당 사용 실적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둬 전체 카드 사용액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보다 못할 듯

상반기에는 대부분의 은행이 카드 영업에서 목표치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지만 하반기에는 상반기만큼의 성과를 이루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 반해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금감원의 규제는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카드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데다 LG카드와 신한카드가 통합되는 10월 이후에는 영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상반기 때처럼 물량공세를 통해 카드 사업을 확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이에 따라 단순히 회원 수를 늘리는 마케팅 전략보다는 기존 회원의 카드 사용을 늘리는 쪽으로 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