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한국은 어떻게 일어설 것인가] (7) 2020트랜드 : 미래를 디자인하라… 아니면 디자인 당한다

1990년 발사돼 17년째 우주를 돌고 있는 허블천체망원경이 올해 보내온 사진 중엔 솜브레로 은하계의 장관이 담겨 있다.

지구에서 2800광년 거리에 있는 이 은하계엔 무려 8000억개의 태양이 있다고 한다.우리 은하계엔 태양이 1개 뿐인데….지구라는 존재는 우주적 시각에서 보면 그저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구와 인간 세상이 만들어 내는 변화의 속도는 아마 은하계 행성들 가운데 최고속일 듯 싶다.

유럽연합(EU) 세계무역기구(WTO) 인터넷 월드와이드웹 휴대폰 에이즈 유전자지도 복제양….이런 것들은 25년 전에 모두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다.독자의 나이가 50세라면 살아온 동안 혁명적인 기술 변화를 겪은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겪을 변화는 더욱 역동적일 게 분명하다.

영국국가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한 해 동안 전달된 정보는 2035년엔 수초 만에 전달되고,2025년 한 해에 생산·유통될 정보량은 태초에서 1950년까지 생산된 정보량과 맞먹게 된다.2010년에 지금과 같은 모습의 컴퓨터가 아예 소멸할 것이라는 레이 쿠즈웨일 MIT 교수의 단언은 격변할 미래의 한 단면일 뿐이다.

쿠즈웨일은 지난해 세계미래회의 연설에서 눈의 망막에 직접 이미지를 그려 넣는 기술,전자 부품이 작아져 옷 안경 몸 속으로 들어가는 기술,진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현실,완벽한 음성인식기술 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2020년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게 될까.미래트렌드 분석가인 에디 와이너가 말했듯이 인류는 농경시대(3000년) 산업시대(200년) 정보화시대(50년)를 거쳐 5년 뒤 인공지능로봇 등과 같은 '의식기술(Conscious Technology)'이 지배하는 후기정보화 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그 기간은 불과 10년 정도.그 다음엔 어떤 시대가 얼마나 짧은 기간 동안 또 지나갈지….

정치분야의 변화부터 살펴보자.영국문화원의 '2020보고서'는 200년 대의민주주의 역사가 수명을 다하고 '신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과 디지털 휴대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여론이 수렴되면 아날로그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주민들에게 입으로 여론을 물을 이유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윌리엄 할랄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지구촌 전자투표가 보편화될 원년을 2014년으로 봤다.

지구촌 정부의 탄생도 조심스럽게 예측된다.

핀란드 의회 미래상임위 위원장인 지르키 가타니엔은 '민주주의의 미래,2017' 보고서에서 대의제의 위기를 경고했다.

"지구촌 정부가 탄생하면 각 개별 정부의 권위와 역할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투표율이 낮은 젊은 층은 국회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게 되고 정당은 결국 소멸할지 모른다.

국민투표가 보편화 상시화될 경우 대의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종교(농경시대) 국가(산업시대) 기업(정보화시대)으로 이동해온 권력의 향배는 후기 정보화시대엔 개인으로 옮겨가게 된다.

스웨덴 국제경영개발원이 지난해 내놓은 IMB2020 보고서 '글로벌혁신 아웃룩 2.0'은 산업시대에 만들어진 대기업,다국적 기업 등과 같은 기업형태는 소멸하고 개인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쫓아 일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개인은 보다 많은 권력을 원하게 되고 무국경 지구촌에서 자유롭게 만나 '열정'과 '관심'에 따라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자신의 성취감이 일하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얘기다.

IMB2020 보고서는 후기 정보화시대를 주도할 개인을 '멀티플레이어'로 정의했다.

"미래기업은 일류대학 MBA를 나와 판에 박힌 사고를 하는 사람보다는 다양한 경험,실패와 극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을 선호하게 된다.

인터넷을 종횡무진 누비며 세계 각국의 게이머들과 교감하고 경쟁하는 온라인 게임의 멀티플레이어 같은 인재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저마다 '2020 국가 미래보고서'를 내놓고 미래를 디자인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정부의 정책은 결국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 영국 스웨덴 핀란드 일본 등 30여개국이 미래전략처,미래전략청,미래위원회 등의 이름으로 별도의 기구를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4년 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영국의 미래전략연구소는 70여명의 정식 직원과 100여명이 넘는 외부 전문가들이 협력해 미래를 디자인한다.

목재회사였던 노키아가 세계 최대의 휴대폰 회사로 성장한 데는 "미래는 IT가 지배할 것"이라는 핀한드 의회 미래상임위원회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준비한 결과였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정부가 지난해 비전 2030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미래학자들은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한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한국본부 대표는 "선진국들은 대부분 15년 정도 앞을 내다보고 보고서를 낸다"면서 "2030 보고서를 내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말한다.정보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15년 이후 예측은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애기다.

박 대표는 "정부 조직 내에 국가미래기획원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