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주고받은 편지ㆍ사진 아직도 간직하고 있더군요"

박준희 대교 미주법인 소장, 美 펜팔친구 극정상봉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 주재원이 중학교시절 펜팔 친구를 30년 만에 만나 화제가 되고 있다.주인공은 교육 프랜차이즈 업체인 대교의 미주법인 박준희 소장(43).박 소장은 위스콘신주 매디슨으로 출장갔다가 30년 전 펜팔 친구였던 데비 메르켈씨(41·여)를 지난 9일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박 소장이 메르켈씨와 펜팔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인 1978년.지금은 결혼해 성이 바뀐 메르켈씨는 당시 위스콘신주 메릴에 살던 데비 스미스라는 이름의 12살 소녀였다.

이들은 1982년까지 편지로 태평양을 넘나들며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다가 박 소장이 군에 입대하면서 연락이 끊겼다.7년 전인 2000년 미국에 주재원으로 온 박 소장은 어릴 적 펜팔 친구인 데비를 찾아보고 싶었지만 이름과 위스콘신주에 살았다는 것 밖에 몰라 포기하다시피 했다.

그러던 중 지난 8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으로 출장을 가게된 박 소장은 지역 지도를 보다가 메릴(Merrill)이라는 도시 이름을 찾는 순간 데비가 살던 곳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시 메릴에 사는 데비 스미스의 전화번호를 인터넷으로 검색한 뒤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10여통의 전화를 했다.전화를 받지 않는 곳에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소망이 이뤄진 것은 음성 메시지를 남긴 1시간 뒤.휴대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다름아닌 30년 전 펜팔 친구 데비였다.

박 소장은 다음 날인 9일 메릴에 있는 30년 전 집에서 그대로 살고 있는 데비의 부모 집으로 초대받아 데비와 극적인 상봉을 했다.데비는 펜팔할 당시 받은 편지와 사진,기념품 등을 고스란히 모아놓은 상자를 가져와 만남의 의미를 더했다.

어릴적 노래하는 것이 취미였던 데비는 싱글 앨범 2개를 발표했고 이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가수가 돼 있었다.

박 소장은 14살,12살인 자신의 아이들과 15살,13살인 데비의 아이들이 펜팔을 통해 부모의 30년 인연을 이어가게 하자고 약속하고 30년 전 친구와 난생 처음 만남을 끝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