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한국은 어떻게 일어설 것인가] (7) "새싹채소 명품화로 농사에 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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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10년을 여는 사람들 - 한경의 건강나라농원 대표 >
"새싹채소 명품화로 농사에 신바람 불어 넣었죠"한국 농업은 경쟁력이 없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한국 농업은 영세한 규모와 높은 생산비 때문에 수지 맞는 장사가 아니라고….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현재 진행 중인 한·유럽연합(EU) FTA 협상으로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도 농업 분야다.하지만 한경희 건강나라농원 대표(45)의 생각은 다르다.
발상을 전환하면 한국 농업도 얼마든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가 말하는 발상의 전환이란 농업에 적극적으로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것.그는 2002년 건강나라농원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이 길을 개척하고 있다.그가 처음으로 도입한 경영기법은 '귀족 마케팅'. 건강나라농원은 현재 웰빙식품인 '새싹채소'에 주력하고 있다.
새싹채소는 다 자란 채소보다 영양분이 서너 배 높다.
특이한 점은 그가 새싹채소를 단순한 식품이 아닌 '장식용 채소'라는 컨셉트로 접근했다는 사실.그는 호텔이나 고급 일식집에서 생선회를 장식할 때 쓰이는 식용 꽃이 아깝게 버려지는 데 주목했다.
"먹을 수 있는 꽃인데도 사람들은 먹는 것인줄 모르고 그냥 버리더라구요.
만약 꽃 대신 예쁜 새싹채소를 올려놓는다면 눈으로 보기도 좋고 맛있게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는 곧바로 아마란스싹(항암초싹)이나 뉴비트싹 같은 새싹채소를 들고 일류호텔 주방장들을 찾아다녔다.
"장식용 새싹채소는 일반채소보다 값이 좀 비쌉니다.
이런 채소를 사먹을 수 있는 소비층이 누구일까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죠." 예상은 적중했다.
일류호텔 주방장들은 해외에서 새싹채소를 장식용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영업은 의외로 순탄했다.
처음 한동안은 신라호텔에 납품하다가 지금은 롯데호텔에 물건을 대고 있다.
"일류호텔은 전세계 바이어들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제가 기른 채소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죠."
몇 해 전부터는 비빕밥이나 샐러드용으로 쓰이는 새싹채소도 재배해 판매하고 있다.
유통망도 호텔뿐 아니라 백화점까지 넓혔다.
현재 건강나라농원의 매출은 연간 24억원 정도에 달한다.
그는 "농업도 남들과 똑같은 것을 가지고는 경쟁력을 기를 수 없다"며 "이제 우리 농업도 명품 농산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도입한 두 번째 경영기법은 일종의 네트워크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소(小)사장제'다.
"한국 농민들은 농작물 재배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죠. 그런데 영농규모가 작고 유통 능력이 취약한 게 단점입니다." 그래서 그는 개별 농가에 채소밭을 마련해주고 여기에서 생산된 새싹채소를 전량 구입한 뒤 건강나라농원 브랜드로 파는 방식을 생각해냈다.
이렇게 하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호텔에 물건을 제때제때 공급할 수 있는데다 개별 농가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소사장들은 할당량보다 많은 물량을 생산하면 그만큼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어요.
인센티브가 있으니까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 결국 건강나라농원과 소사장들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것이죠."
그는 현재 경기도 외에 강원도 제주도에 모두 18명의 소사장을 두고 있다.
그는 "웬만한 영농조직보다 더 멋있는 체계 아니냐.앞으로 사업이 번창하면 소사장들을 100명 정도까지 늘려보고 싶다"며 "이런 조직들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미국이나 유럽 농업과 경쟁해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성 채소'로 승부하겠다는 것.
"가령 당뇨병 환자가 가장 원하는 게 뭐겠어요? 당뇨병 치료 아닙니까. 그렇다면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채소를 판다면 팔리겠죠."
그는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농업도 이 같은 '기능성 농업'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1960~70년대는 배고픈 시절이었어요. 배만 채워주면 됐지요. 그런데 배를 다 채우고 나니까 소비자들이 맛있는 것을 찾고,그 다음에는 허브향이다 뭐다 하면서 향을 찾았죠.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몸에 정말 필요한 것을 찾게 될 겁니다."
그는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요즘 채소의 종자나 효능에 대해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
"옛날 문헌을 뒤져보면 항암초에는 이런저런 성분이 들어있어 우리 몸의 어디에 좋다는 말들이 나와요.
예를 들면 그런 것들을 마케팅에 접목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요."
인터뷰 도중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어떻게 지금처럼 생각하게 됐을까.
그는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고 자신도 한때 다른 농민들처럼 농업개방 반대 집회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2000년 경기도 광주시 농업경영인회장을 맡을 당시 다른 농민들을 이끌고 서울역이나 여의도에 나갈 일이 많았던 것.하지만 이런 식으론 농민들에게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말 현장 농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생각했어요. 내 길을 개척해야겠다고 생각했죠.다른 농민들에게 '한경희처럼 하면 되는구나'하는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우리 국민과 정부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집회에 나가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만나보면 그럽디다. 대한민국에서 농민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고.우리 농민이 너무 홀대받는다고….정말 중요한 것은 농민들에게 돈 몇푼 더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입니다."
특별취재팀=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한경희 대표는
1962년 8월 경기도 광주 출생
1991년 농업경영인 선정
1997년 경기도 농민대상(채소부문) 수상
2000년 경기도 광주시 농업경영인 회장
2002년 건강나라농원 설립,한경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2004년 농림부장관상 표창,친환경 농산물 인증서 획득
"새싹채소 명품화로 농사에 신바람 불어 넣었죠"한국 농업은 경쟁력이 없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한국 농업은 영세한 규모와 높은 생산비 때문에 수지 맞는 장사가 아니라고….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현재 진행 중인 한·유럽연합(EU) FTA 협상으로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도 농업 분야다.하지만 한경희 건강나라농원 대표(45)의 생각은 다르다.
발상을 전환하면 한국 농업도 얼마든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가 말하는 발상의 전환이란 농업에 적극적으로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것.그는 2002년 건강나라농원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이 길을 개척하고 있다.그가 처음으로 도입한 경영기법은 '귀족 마케팅'. 건강나라농원은 현재 웰빙식품인 '새싹채소'에 주력하고 있다.
새싹채소는 다 자란 채소보다 영양분이 서너 배 높다.
특이한 점은 그가 새싹채소를 단순한 식품이 아닌 '장식용 채소'라는 컨셉트로 접근했다는 사실.그는 호텔이나 고급 일식집에서 생선회를 장식할 때 쓰이는 식용 꽃이 아깝게 버려지는 데 주목했다.
"먹을 수 있는 꽃인데도 사람들은 먹는 것인줄 모르고 그냥 버리더라구요.
만약 꽃 대신 예쁜 새싹채소를 올려놓는다면 눈으로 보기도 좋고 맛있게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는 곧바로 아마란스싹(항암초싹)이나 뉴비트싹 같은 새싹채소를 들고 일류호텔 주방장들을 찾아다녔다.
"장식용 새싹채소는 일반채소보다 값이 좀 비쌉니다.
이런 채소를 사먹을 수 있는 소비층이 누구일까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죠." 예상은 적중했다.
일류호텔 주방장들은 해외에서 새싹채소를 장식용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영업은 의외로 순탄했다.
처음 한동안은 신라호텔에 납품하다가 지금은 롯데호텔에 물건을 대고 있다.
"일류호텔은 전세계 바이어들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제가 기른 채소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죠."
몇 해 전부터는 비빕밥이나 샐러드용으로 쓰이는 새싹채소도 재배해 판매하고 있다.
유통망도 호텔뿐 아니라 백화점까지 넓혔다.
현재 건강나라농원의 매출은 연간 24억원 정도에 달한다.
그는 "농업도 남들과 똑같은 것을 가지고는 경쟁력을 기를 수 없다"며 "이제 우리 농업도 명품 농산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도입한 두 번째 경영기법은 일종의 네트워크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소(小)사장제'다.
"한국 농민들은 농작물 재배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죠. 그런데 영농규모가 작고 유통 능력이 취약한 게 단점입니다." 그래서 그는 개별 농가에 채소밭을 마련해주고 여기에서 생산된 새싹채소를 전량 구입한 뒤 건강나라농원 브랜드로 파는 방식을 생각해냈다.
이렇게 하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호텔에 물건을 제때제때 공급할 수 있는데다 개별 농가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소사장들은 할당량보다 많은 물량을 생산하면 그만큼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어요.
인센티브가 있으니까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 결국 건강나라농원과 소사장들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것이죠."
그는 현재 경기도 외에 강원도 제주도에 모두 18명의 소사장을 두고 있다.
그는 "웬만한 영농조직보다 더 멋있는 체계 아니냐.앞으로 사업이 번창하면 소사장들을 100명 정도까지 늘려보고 싶다"며 "이런 조직들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미국이나 유럽 농업과 경쟁해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성 채소'로 승부하겠다는 것.
"가령 당뇨병 환자가 가장 원하는 게 뭐겠어요? 당뇨병 치료 아닙니까. 그렇다면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채소를 판다면 팔리겠죠."
그는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농업도 이 같은 '기능성 농업'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1960~70년대는 배고픈 시절이었어요. 배만 채워주면 됐지요. 그런데 배를 다 채우고 나니까 소비자들이 맛있는 것을 찾고,그 다음에는 허브향이다 뭐다 하면서 향을 찾았죠.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몸에 정말 필요한 것을 찾게 될 겁니다."
그는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요즘 채소의 종자나 효능에 대해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
"옛날 문헌을 뒤져보면 항암초에는 이런저런 성분이 들어있어 우리 몸의 어디에 좋다는 말들이 나와요.
예를 들면 그런 것들을 마케팅에 접목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요."
인터뷰 도중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어떻게 지금처럼 생각하게 됐을까.
그는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고 자신도 한때 다른 농민들처럼 농업개방 반대 집회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2000년 경기도 광주시 농업경영인회장을 맡을 당시 다른 농민들을 이끌고 서울역이나 여의도에 나갈 일이 많았던 것.하지만 이런 식으론 농민들에게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말 현장 농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생각했어요. 내 길을 개척해야겠다고 생각했죠.다른 농민들에게 '한경희처럼 하면 되는구나'하는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우리 국민과 정부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집회에 나가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만나보면 그럽디다. 대한민국에서 농민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고.우리 농민이 너무 홀대받는다고….정말 중요한 것은 농민들에게 돈 몇푼 더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입니다."
특별취재팀=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한경희 대표는
1962년 8월 경기도 광주 출생
1991년 농업경영인 선정
1997년 경기도 농민대상(채소부문) 수상
2000년 경기도 광주시 농업경영인 회장
2002년 건강나라농원 설립,한경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2004년 농림부장관상 표창,친환경 농산물 인증서 획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