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플라자] 유럽 요충치 벨로루시의 한국 짝사랑

洪基和 < KOTRA 사장 >

서쪽으로 폴란드와 발틱3국,동으로 러시아와 접경하고 있는 유럽의 요충지.흰색을 유난히 좋아해 국명에도 '백의 민족'이란 뜻이 포함돼 있는 인구 1000만명의 나라.옛 소련이 해체돼 탄생한 독립국가연합(CIS) 12개 국가 중의 하나인 벨로루시(예전에는 백러시아라고도 했다)를 설명하는 말이다.최근 코트라 조사단이 다녀온 벨로루시는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어 그동안 우리 해외 시장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부존자원이 적고 수출의존형 경제에 전자 및 반도체,화학,자동차,기계 및 금속가공산업이 국가산업의 주축을 이루는 등 우리와 유사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곳이다.

현재 벨로루시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LG전자가 유일하며 1인 주재원을 두고 있다.그리고 벨로루시에 공식 등록된 3800여건의 외국인투자 중 한국자본이 포함된 것은 2건에 불과하다.

우리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양국 간 교역은 3800만달러 남짓했다.

하지만 벨로루시는 지정학적 위치로나 막강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술강국이란 점으로나 지속적인 성장 잠재력을 가진 유망시장이다.먼저 지정학적으로 벨로루시는 EU와 러시아를 연결하는 지역이며 2개 경제권을 동시에 공략하려는 한국기업들에 투자진출의 적지(適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EU기업들의 생산기지가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불가리아를 거쳐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로 동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볼 때 우리 기업들도 벨로루시에 대한 진출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U기업의 벨로루시 진출은 이미 진행중이다.2006년 1월 기준 366개의 독일기업,349개의 폴란드기업,233개의 영국기업이 진출해 있고 이외 다른 EU국가의 기업들도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러시아를 포함한 인구 3억명의 CIS시장에 대한 벨로루시의 입지적 장점도 간과하면 안 된다.

벨로루시는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5개국과 관세동맹까지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기지로서의 전망이 밝다.

벨로루시의 기술력을 활용하기 위한 투자진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벨로루시는 전자,IT,화물차 및 중장비,기계류 등 부품소재 및 석유화학 분야의 원천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EU기업들도 탐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메모리 반도체를 많이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이룩된 것이 아니다.

소련 시절부터 설치된 많은 산업클러스터와 연구소가 벨로루시 경제의 탄탄한 기반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배출되는 첨단기술 분야의 고급인력을 외국에 많이 송출하고 있는데 벨로루시 기술부 차관에 따르면 150여명의 벨로루시 기술인력이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벨로루시 경제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벨로루시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연속 10%내외의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벨로루시 정부의 경제적 성취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 의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벨로루시에서 최초로 LCD TV를 생산할 계획인 인테그랄사는 이번에 코트라 조사단의 방문을 통해 한국업체와의 협력을 희망한다고 했다.

국영기업인 이 업체는 반도체를 만들어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어떤 이는 한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벨로루시 정부와 기업의 태도를 두고 '벨로루시가 한국을 짝사랑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벨로루시라는 나라를 잘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벨로루시가 비록 부존자원이 적어 이를 매개로 한 경제적 교류가 어렵고 서로 유사한 산업구조로 인해 앞으로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도 있으나,우리가 목말라 하는 원천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미개척시장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벨로루시가 우리를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오는 이 때 우리 정부와 기업도 발빠르게 대응해 인구 1000만명의 신흥시장을 선점하고 유럽과 CIS 진출의 거점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