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탈당… 창당… 범여의원들 "우리도 헷갈려"

올해 탈당횟수 10여차례...당적4번 바뀌기도
"저 의원 우리당 소속 맞아?""그럴 걸.""아냐 얼마 전 탈당했어."

최근에 열린우리당을 조용히 떠난 모 의원의 소속을 놓고 우리당 사무처 당직자들 사이에 오간 대화다.152명으로 시작했다 3차에 걸친 집단 탈당으로 의석수가 58석으로 줄어든 열린우리당의 웃지 못할 현주소다.

개별 탈당까지 포함하면 횟수가 무려 10여차례나 된다.

일일이 수첩에 적어놓지 않고서야 누가 어디로 옮겨갔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게다가 올해만 당적이 몇 번씩 바뀐 케이스가 있는가 하면 당을 떠난 뒤 새로운 정치세력 내에서도 비슷한 직책을 맡는 경우도 있다보니 정당생활을 10년 이상 한 당료들조차 헷갈릴 만하다.

김한길 공동대표 등 열린우리당 1차 탈당파 의원 19명은 현재 속해 있는 통합민주당에서 새로이 창당되는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가칭)으로 옮겨가기로 한 상태다.

2월 탈당해서 5월에 중도개혁신당을 창당했다 6월에 민주당과의 합당과정을 통해 중도통합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꿔달았고 이번에 다시 신당행을 결정한 것이다.올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 당적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유선호 의원은 탈당해 통합민주당에 합류했다가 다시 민주당을 탈당,신당에 합류키로 했다.

올 들어서만 세 번째 당이다.지도부와 각을 세우며 당을 떠났던 1차 집단탈당 때는 그나마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이 느껴졌지만 지도부의 묵인하에 이뤄진 2,3차 집단탈당은 열린우리당과의 '경계선'마저 모호하게 만들었다.탈당 후에도 열린우리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행보를 보인 탓이다.

"어차피 우리편 아니냐"는 인식이 저변에 자리하면서 구분이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같은 사람이 전·현 정치세력 내에서 비슷한 당직을 가진 것도 혼란을 부추긴 한 요인이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한길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5월 창당한 중도개혁신당의 대표로 선출됐다가 민주당과 합당 이후 통합민주당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지금은 신당의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란 직함을 갖고 있다.

열린우리당 대변인을 역임한 우상호 의원은 탈당파그룹인 대통합모임의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의 사령탑이었던 강봉균 의원은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내달 5일 전당대회를 열어 대통합신당 합류를 결의하면서 사실상 당 해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간 줄곧 주장해온 질서 있는 통합이 관철되는 분위기지만 내심 착잡함이 묻어난다.백년정당을 기치로 만든 당 간판을 3년8개월 만에 내려야 하는 서글픈 처지인데다 조만간 합류할 신당마저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 등 국민감동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