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약품 분식회계 시인… 자진신고 끝난 뒤 첫사례

과거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유가증권시장 상장 업체인 영진약품 주가가 급락했다.

영진약품의 분식회계는 정부가 지난해 말까지 자진 신고한 기업에 대해서는 선처하겠다며 고해성사를 받은 이후 첫 번째 사례여서 금융감독원은 물론 투자자들의 대응도 주목된다.특히 KT&G는 영진약품을 2003년 말 인수한 후 3년 반이 넘도록 분식회계를 몰랐다는 점에서 경영진이 도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들은 KT&G를 보고 영진약품에 투자했다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5일 영진약품은 장중 14% 넘게 급락하다가 5.2% 하락한 2005원으로 마감했다.

영진약품은 전날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전 경영진이 매출액과 순매출채권을 과다계상하는 방식으로 회계 오류를 범했다"며 2004∼2006년 3년간 경영실적을 정정했다.이에 따라 영진약품의 실적은 지난해 매출 1180억원,영업손실 4억원,순손실 68억원에서 매출 1061억원,영업손실 108억원,순손실 172억원으로 정정됐다.

2005년과 2004년에도 매출이 줄었고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손실로 바뀌었다.

분식회계로 큰 손실을 떠안게 된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한 투자자는 "상장사,더구나 KT&G의 자회사가 3년간이나 분식회계를 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며 "소액주주들과 힘을 모아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분식회계를 고백했던 터보테크의 경우 소액주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받아 1,2심 모두 패소한 상태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분식회계 기업도 집단소송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실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되면 파장이 훨씬 클 전망이다.KT&G는 2003년 말 영진약품을 인수해 2004년 5월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인수 후부터 줄곧 부풀려진 회계 장부가 작성된 것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의 분식회계를 3년 동안이나 모르고 방치한 것은 문제"라며 "KT&G를 보고 영진약품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많아 KT&G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진약품으로부터 공시 자료 외에는 분식회계 정보를 받지 못했다"며 "진상 조사를 한 후에야 고발 등 구체적인 방침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영진약품 측은 "일단 회계법인과 협의해 진상을 파악한 후 대처방법을 모색하겠다"며 "전임 경영진에 대한 소송 제기 등도 아직은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