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일부인질 석방 이어 살해說 나돌아 … 혼미 거듭

아프가니스탄 무장 단체가 '몸값 지급'이라는 아프가니스탄 정부 협상단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인 인질 23명의 석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탈레반 수감자 8명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한국인 인질 8명을 풀어주는 '빅딜'이 성사됐다는 일부 외신 보도는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그럼에도 납치 단체가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탈레반 조직이 복잡하고 위계 질서가 안 잡혀 있다는 게 변수다.

실제 아프간에 난립하는 탈레반들은 한국인 인질 사태 초기부터 자신들의 입장을 협상에 반영시키기 위해 각각 제 목소리를 내왔다.협상의 와중에 돌발한 협상실패 선언과 인질 살해위협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인질협상이 중대 기로에 선 형국이다.

◆납치단체 몸값 협상안 수용정부 당국자는 "피랍 한국인들을 가능한 빨리,전원 석방시킬 수 있는 방법을 택하겠다"고 말해 몸값 지불을 결심했음을 시사했다.

일부 석방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납치 단체의 요구 조건이 돈뿐이면 석방 협상이 빨라질 수 있다.납치 단체가 탈레반 죄수 석방 등 정치적인 대가를 대거 요구할까 정부는 우려했다.

탈레반 죄수들이 다국적군 수용소에 분산 수감돼 있어 국제 협상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문하영 전 우즈베키스탄 대사와 아프가니스탄 대사관 관계자 1명 등 정부 현지 대책반 중 일부를 한국인들이 억류된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에 보내 아프간 정부 협상단에 합류시켰다.

◆정치적 명분 요구가 가장 큰 변수

'몸값'으로 문제가 귀착되더라도 납치 세력이 정치적인 요구를 함께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가 가장 신경쓰는 대목이다.

특히 죄수 석방을 동시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외적인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납치 단체가 지도부가 현금 해결안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내부에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와 협상파가 공존한다는 분석이다.

다른 계통에 있는 무장단체들의 견제도 심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무장단체가 죄수 석방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둘 것인가가 관건이다.

탈레반 죄수들이 다국적군 수용소에 분산 수감돼 있어 국제 협상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는 데다 아프간 정부와 파병국 모두 포로 석방에 부정적이다.

이와 관련,정부 당국자는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 내부 역학관계도 걸림돌

납치세력 내부에서 요구 조건을 정리하더라도 '외부 변수'가 남아 있다.

탈레반의 조직이 복잡하고 위계질서가 안 잡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는 다른 계통에 있는 탈레반 조직들이 이번 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납치세력은 24일에야 요구 조건을 공개했지만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아마디는 지난 20일부터 협상 시한을 설정하며 한국군 철수,탈레반 죄수 석방 등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아마디가 속한 조직과 납치 세력이 다른 계통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나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결론을 못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디가 속한 조직이 상위 그룹일 경우 현금 협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탈레반 간에 정치적 역학관계가 협상에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