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자 1명 피살] 가족들, 석방보도에 안도하다 피살 소식에 경악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 7일째인 25일,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 모여 있는 가족들은 "피랍자 중 남자 1명이 살해됐다"는 외신 보도를 접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이들은 앞서 8명이 석방될 것이라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나 뒤이어 들려온 피살 소식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희생자가 배형규 목사(42)로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피랍자 가족들은 충격과 절망감에 오열했다.

한민족복지재단은 오후 들어 시작된 살해 위협 보도가 밤 9시를 넘기면서 피살 소식으로 바뀌자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가족들은 "정부가 확인해주기 전에는 혼란스러운 언론 보도를 믿지 않겠다"며 한가닥 기대를 버리지 않았지만 외신들이 잇따라 피살 소식을 타전하고 특히 피살자 이름이 'Hon Qud(홍큐)'라고 구체적으로 나오자 넋을 잃었다.일부는 납치된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실신했다.

희생자로 알려진 배 목사의 가족들은 이날 한민족복지재단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납치 사건 직후 제주도 본가에 내려가 있다 비보를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 목사의 아버지인 배호중 제주 영락교회 장로는 소식을 접한 뒤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하기도 했다.○…오전까지만 해도 차성민씨가 주축이 돼 언론의 취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던 가족들은 오후 6시쯤 탈레반의 인질 살해 위협 소식이 알려진 뒤에는 한때 언론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차씨는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 굳은 표정으로 "(살해 위협 보도) 얘기는 들었다"며 "지금으로선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김형석 한민족복지재단 회장은 "가족들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오후에 갑자기 살해 위협 소식을 접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탈레반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한국인 피랍자 관련 영문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슬람권 여론과 탈레반의 감정을 악화시켜 피랍자들의 신변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피랍자 중 한 명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던 여행기와 사진의 내용을 번역한 게시물이 확산돼 탈레반이나 이슬람권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송종현/박민제 기자 scream@hankyung.com